1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삼성전자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오세성 기자
삼성전자가 연간 영업이익 50조원을 넘어서며 최대 실적을 갱신했다. 그러나 신사업 추진이 늦춰지고 있어 미래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9일 잠정실적 발표를 통해 2017년 4분기 매출 66조원, 영업이익 15조1000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53조3300억원에서 23.76%, 영업이익은 29조2400억원에서 63.77% 증가한 기록이다.
2017년 연간 기준으로는 매출 239조6000억원, 영업이익 53조6000억원으로 추정됐다. 전년 대비 매출은 201조8700억원에서 18.69%, 영업이익은 29조2400억원에서 83.31% 성장했다. 이는 사상 최대 실적으로, 이전까지 삼성전자 연간 영업이익 최대 기록은 2013년의 36조7900억원이었다.
사상 최대 실적은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는 반도체 부문이 이끌었다. 반도체(DS) 부문이 4분기 거둬들인 영업이익은 약 11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메모리 반도체는 미국에 이어 중국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당분간 세계적으로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반도체 시장조사업체인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D램 가격은 85%, 낸드플래시 가격은 32.7% 인상됐다. 삼성전자는 세계 시장에서 D램 점유율 47%, 낸드플래시 점유율 35%로 확고한 1위 지위를 유지하고 있어 이러한 가격 인상 효과를 톡톡히 누린 것이다.
IT와 모바일(IM) 부문에서는 신제품 공개 시기와 맞물린 스마트폰 출하량 감소, 원화 강세 등의 영향으로 지난 3분기보다 적은 2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점쳐진다. 디스플레이 부문은 스마트폰용 소형 OLED 패널 물량 증가와 수율 개선으로 약 1조8000억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소비자가전(CE) 부문 영업이익은 1조원 미만으로 예상된다.
향후 전망은 다소 엇갈린다. 반도체 공급 부족이 지속되며 당분간 호황이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 한편, 중국 정부가 삼성전자 등을 직접 견제하는 동시에 반도체 굴기를 가속해 자국 수요 상당부분을 자체적으로 소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 정부는 2025년까지 자국 반도체 수요의 70%까지 자체 소화할 것이라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실제 중국 정부는 지난해 말 현지 삼성전자 관계자들을 불러 예담(約談)을 실시했다. 예담은 중국 정부가 기업에 제재를 가하기 전 구두로 경고하는 최후통첩의 의미를 갖는다. 예담에서는 반도체 가격 인상을 억제하라는 요구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D램익스체인지는 "정부 지원을 받은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2018년 말쯤 세계시장 진출을 위한 특허를 획득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의 40%를 중국 브랜드가 차지한다. LPDDR4를 양산하게 된다면 중국의 모바일용 메모리 반도체 수입도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마트폰과 가전 사업 전망도 예년 같지 않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는 올해 삼성전자 스마트폰 판매량을 전년보다 1.4% 낮게 예측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세계 시장 점유율이 2016년 20.8%(3억대), 2017년 20.5%(3억1900만대)를 기록하고 올해 19.2%(3억1500만대)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2014년 5300만대였던 TV 판매량도 올해 4300만대까지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판매 목표량은 4000만대라는 주장도 나온다.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 패러다임 변화에 삼성전자자 뒤처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는 2014년부터 루프페이, 하만 등의 신성장 관련 기업을 활발히 인수했지만 이재용 부회장이 자리를 비운 이후로 대규모 M&A는 중단된 상태다. 삼성 관계자는 "총수 부재가 장기화되며 신사업에 대한 활기가 줄어들고 현 상황 유지에 무게가 실린 것은 맞다. 이를 타개하고자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라며 "삼성이 강력한 리더십을 회복해 빠른 속도로 신사업 전략을 추진하지 못한다면 지금의 상황은 사상누각에 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