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현장] '흥부', 고전의 재해석과 정우의 첫 사극에 거는 기대감↑
아무도 몰랐던 '흥부전'의 탄생 비화가 설 연휴 영화 '흥부'에서 밝혀진다.
영화 '흥부'는 붓 하나로 조선 팔도를 들썩이게 만든 천재작가 흥부(정우)가 남보다 못한 두 형제 조혁(김주혁)과 조항리(정진영)로부터 영감을 받아 소설 '흥부전'을 집필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사극 드라마다.
9일 오전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는 영화 '흥부'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연출을 맡은 조근현 감독과 출연배우 정우, 정진영, 정해인, 김원해, 정상훈 등이 참석했다.
이날 조 감독은 "우리가 알고 있는 '흥부전'이 알고보면 블랙 코미디물이다. 영화화하면서 영화적 설정을 가미했지만, 고전이 갖고 있는 그런 (블랙 코미디적인) 면을 잘 유지했다"며 "그 시대에 느꼈던 고통, 희망 이것이 지금하고 굉장히 흡사하다. 현 시대에 건드려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풍자와 해학, 권선징악의 스토리로 현재까지 전승되고 있는 '흥부전'은 아직까지 작가에 대해 알려진 바가 없다. 영화 '흥부'는 바로 이 작자 미상의 소설 '흥부전'을 쓴 작가가 흥부라는 설정을 가미해 새로운 관점으로 재해석한다. '흥부전'의 작가와 그 이야기 속의 진짜 주인공을 밝힌다는 참신한 스토리는 관객에게 색다른 재미를 안길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조선 후기 사회상을 담은 스토리 안에 허구를 가미해 흥미를 더한다. 어릴 적 홍경래의 난으로 형과 헤어진 흥부, 과도한 세도정치로 힘을 잃은 왕 헌종, 그로인해 날로 피폐해지는 백성들의 삶 등 역사적 인물에 가상의 캐릭터를 더했다.
특히 이번 작품은 故 김주혁의 유작으로 일찍이 화제를 모았다. 김주혁은 극 중 백성을 돌보는 지혜로운 양반 조혁을 맡았다. 어지러운 세상에 맞서는 정의로운 인물로 흥부에게 깨우침을 주는 동시에 그의 잃어버린 형을 찾는데 도움을 주며 스토리를 이끈다.
따뜻하고 인간적인 배력부터 강렬하고 냉혈한 악역까지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줬던 김주혁의 연기 내공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정우는 고인이 된 김주혁에 대한 그리움을 내비쳤다. 그는 "흥부라는 캐릭터의 색깔을 잡아나가기가 쉽지 않겠더라. 그래서 출연 결정을 쉽게 못 내리고 있었다"며 "그런 와중에 조혁 역할을 김주혁 선배님이 맡으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도전하게 됐다"고 입을 열었다.
"주혁 선배님은 현장에서 배려심이 넘치셨던 분이죠. 한 발 뒤에서 지켜봐 주시고 묵묵히 응원해주셨던 기억이 나요. 특히 마지막에 조혁이 흥부에게 전하는 내레이션이 있는데, 그 메시지를 읊조리던 선배님의 목소리는 아직도 생생해요"(정우)
정우는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사극에 도전한다. 잃어버린 형을 찾기 위해 대중소설을 쓰는 작가 흥부로 분한다. 앞서 '바람' '쎄시봉' '히말라야' '재심' 등 다수의 작품을 통해 깊이 있는 연기를 선보이며 독보적인 배우로 자리매김한 정우의 탄탄한 연기력이 흥부 캐릭터를 깊이있게 표현할 것으로 보인다.
정우는 "사실 모두가 생각하는 흥부는 제가 아니라 조혁이다. 소설가인 흥부가 조혁과 그와 정반대인 성격의 야욕에 가득찬 조항리 형제를 바라보면서 '흥부전'을 쓰게 되는 설정이 영화의 큰 줄거리이고 이 점이 흥미로웠다"고 설명했다.
영화의 시나리오는 JTBC '힘쎈여자 도봉순' '품위 있는 그녀'의 백미경 작가가 집필했다.
조 감독은 "시나리오를 봤을 때 버라이어티함을 느꼈다. 상업영화로서의 미덕도 있으면서 간결하고 명확한 메시지를 갖고 있다. 그동안 제안받았던 영화들과 다르게 '흥부'만큼은 꼭 연출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있었고,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받았던 느낌을 스크린에 구현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새로운 관점과 영화적 상상력이 가미된 '흥부'가 새로운 패러다임의 사극 드라마의 탄생을 예고한다. 2월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