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은 9일 판문점에서 25개월 만에 고위급회담을 갖고 '마라톤 회의'를 통해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가 대표적이다. 향후 군사당국회담도 지속적으로 개최키로 하면서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한 해법도 마련키로 했다.
아울러 남북은 이날 '남북관계에서 제기되는 모든 문제들을 우리 민족이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하기로 하면서 향후 불거질 남북 문제에 대해 스스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이날 우리측이 회담 초반에 제안한 이산가족 상봉 문제는 최종 공동보도문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폐쇄된 지 2년째 되는 개성공단 문제도 논의 대상에서 빠졌다.
특히 남북은 이날 '북한의 비핵화' 문제에 대해선 뚜렷한 입장차이를 보였다.
◆평창 올림픽 참가 실무 논의 급선무
평창 동계올림픽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우선적으로 대규모 인원으로 구성된 북한의 파견단을 위한 실무 준비가 선결과제로 떠올랐다.
북한이 고위급 대표단, 민족올림픽위원회 대표단, 선수단, 응원단뿐만 아니라 예술단, 참관단, 태권도 시범단, 기자단을 파견키로 하면서 이번 올림픽에서 북측 방문단은 역대 최대 규모가 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북한이 동계스포츠 종목 선수들이 많지 않은 점을 감안할 때 선수단 규모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평창 올림픽에서의 북측 방문 문제는 쉽게 풀렸지만 우리측이 제기한 '비핵화' 문제는 향후 남과 북이 험로를 걸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 남측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오전 전체회의 기조발언을 통해 "조속한 시일 내에 한반도 비핵화 등 평화정착을 위한 제반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대화 재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북측 단장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강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구체적 발언 내용에 대해선 알려지지 않았다.
아울러 리 위원장은 종결회의에서 서해 군 통신선을 지난 3일 개통했는데 '왜 이날 했다고 공개하느냐'며 불만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결국 종결회는 40분 가깝게 이어졌다.
◆숨 가빳던 25개월만의 만남
출발부터 좋았다. 25개월만의 만남이라고 보기엔 너무 화기애애했다.
북한은 이날 만남 초반부터 남북관계 개선을 희망하는 발언을 하며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한의 참가를 제안한 남측에 비해 더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북측 단장으로 나온 리선권 조평통 위원장은 첫 전체회의 초반 모두발언에서 "북남대화와 관계 개선을 바라는 민심의 열망은 비유해서 말하면 두껍게 얼어붙은 얼음장 밑으로 더 거세게 흐르는 물처럼 얼지도, 쉬지도 않고 또 그 강렬함에 의해 북남 고위급회담이라는 귀중한 자리가 마련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리 위원장은 "남북 당국이 진지한 입장, 성실한 자세로 이번 회담을 잘해서 온 겨레에게 새해 첫 선물, 그 값비싼 결과물을 드리는 게 어떤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우리측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시작이 반'이라는 말로 한걸음, 한걸음 내딛을 뜻을 전했다.
조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오랜 남북관계 단절 속에서 회담이 시작됐지만, 정말 첫걸음이, '시작이 반이다'라는 그런 마음으로 의지와 끈기를 갖고 회담을 끌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면서 "동시에 상충되긴 합니다만 '첫술에, 첫 숟갈에 배부르랴' 하는 그런 얘기도 있다. 그런 것도 감안해 서두르지 않고 끈기를 갖고 하나하나 풀어가면 되겠다 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남북 고위급회담은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오전 10시부터 11시5분까지 전체회의가, 오전 11시30분부터 12시20분까지는 수석대표간 회담이 이어졌다. 또 점심식사를 따로한 양측은 오후 2시30분부터 3시30분까지 수석대표가 빠진 가운데 '4대4' 접촉을 이어갔다.
오후 늦어서도 남북은 '3대3' 접촉, 수석대표를 포함한 '3대3' 접촉 등을 잇따라 진행하며 결과 도출에 힘썼다. 밤 8시엔 이날 회담 최종 결과 발표를 위한 종결회의를 진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