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교체 접수를 위해 대기 중인 아이폰 사용자들. /노수아 인턴기자
국내에서 애플에 대한 집단소송이 시작된다.
시민단체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11일 애플코리아와 애플 본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낸다고 10일 밝혔다. 애플의 배터리 게이트와 관련해 국내에서 시작되는 첫 집단소송이다.
애플은 리튬이온 배터리의 노후를 이유로 구형 아이폰 성능을 저하시키는 업데이트를 사용자 동의 없이 단행했다. 세계 각지 아이폰 사용자들은 노후 배터리를 교체하면 될 일이었지만 아이폰 성능을 저하시켜 사용자에게 신형 아이폰 구매를 유도했다고 반발했다. 운영체제의 폐쇄성으로 인해 타사 제품으로 옮기기 어려운 아이폰 특성을 이용했다는 것.
애플은 배터리 교체 비용 50달러 할인이라는 보상안을 내놨지만, 아이폰 배터리 원가가 10달러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배터리 판매 프로모션을 내놨다는 역풍을 맞았다. 때문에 보상안 발표 이후에도 세계 각지에서 집단소송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국내에서도 법무법인 한누리와 휘명이 각각 집단소송 참가자를 모집하고 나섰다. 하지만 첫 집단소송은 시민단체인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제기하게 됐다. 소송 참가자는 150명이며 1인당 22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차 소송에 이어 추가 소송을 할 계획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재판에서는 애플의 업데이트로 발생한 아이폰 성능저하로 인해 사용자들이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가 집중 조명될 전망이다. 아이폰6, 아이폰6S 등 구형 아이폰 사용자들은 업데이트로 인해 송금 실패, 애플리케이션 중지, 사진 촬영·음악 중단 등의 피해를 봤다고 호소한다. 사용이 어려울 정도의 성능저하로 인해 신형 아이폰을 구매하는 등 불필요한 지출도 발생했다는 주장이다.
해외 재판에서는 애플의 성능저하 업데이트가 의도적인 행위였는지가 중요하게 다뤄진다. 의도적으로 소비자에게 피해를 끼쳤다면 애플은 천문학적인 배상액을 내야 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러한 사안이 주 쟁점으로 떠오르진 않을 전망이다. 국내법상 피해자의 손해가 가해자의 고의 때문인지, 과실 때문인지 따지는 것은 실익이 없기 때문.
다만 고의성이 입증될 경우 도덕적 책임이 생기고 사회적 비난여론도 거세져 판결에 간접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해 애플은 "의도적으로 제품 수명을 단축하거나 사용자 환경을 저해해 기기 업그레이드를 유도한 것은 아니고 앞으로도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며 부인하고 있다.
애플의 해명에도 집단소송 참가자는 급증하는 추세다. 배터리 게이트 초기 법무법인 한누리가 모집한 국내 집단소송 참가자는 3만명 수준이었지만 애플의 발표 직후 15만명 늘어 18만명이 됐다. 현재는 당시의 두 배인 36만명에 근접하는 상황이다. 한누리는 11일까지 소송 희망자를 받고 이달 중 방식을 확정해 구체적인 위임 절차를 마친 뒤 2월 초 소장을 제출할 계획이다.
이와 별개로 법무법인 휘명도 집단소송 참가자를 모집 중이다.
한누리 조계창 변호사는 "피해자들이 손해를 입증하는지가 소송의 관건이 될 것"이라며 "이번 소송은 다국적 기업인 애플이 소비자에게 보여온 무성의한 태도를 시정하는 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