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침체로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국내 조선업과 자동차 산업이 노사간 갈등으로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현대중공업 노사는 시간이 흐를수록 임금·단체협상 갈등 분위기는 더욱 악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 노사의 경우 임단협이 해를 넘긴 것은 1967년 창사 이후 사상 처음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2월 29일 교섭에서 2016년 5월 이후 1년 7개월 만에 2016년과 2017년 2년치 잠정합의안을 도출했으나 조합원들의 반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노조는 9일 전체 조합원 9825명을 상대로 임단협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투표자 8804명(투표율 89.61%) 가운데 4940명(56.11%)이 반대해 부결됐다. 노조는 상여금을 분할 지급하는 것과 적은 성과금 때문에 잠정합의안이 부결된 것으로 보고 있다.
노사는 앞서 ▲기본급 동결 ▲자기계발비 월 20시간 지급 ▲임단협 타결 격려금 연 100%+150만원 지급 ▲사업분할 조기 정착 격려금 150만원 등에 합의했다. 또 성과금은 산출기준에 따라 지급하고, 상여금 지급 기준을 변경하는 한편 단체협약 가운데 신규 채용 시 종업원 자녀 우대와 정년퇴직자 자녀 우선 채용 조항은 삭제하기로 했다. 노조는 조합원들의 결정을 받아들여 회사에 재교섭을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중 분할 3사 노조도 9일 실시한 임단협 찬반투표를 가결시켰다. 분할 사업장인 일렉트릭, 건설기계, 로보틱스 노사는 최근 2016년과 2017년 임단협 교섭에서 임금 부분은 현대중 잠정합의안을 따르고, 단체협약도 큰 틀에서 현대중 단체협약을 승계하는 형태로 합의점을 찾았다.
현대차 노사는 9일 울산공장 본관 아반떼룸에서 교섭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잠정안 부결이후 세번째 교섭을 재개했으나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앞서 노조는 지난해 12월 임단협 잠정합의안 부결 이후 26일과 27일 2차례 교섭을 재개했다. 노조는 새해 들어 4일부터 부분파업을 벌이며 회사를 압박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9일 오전 11시30분부터 1조 조합원들이 4시간 부분파업을 벌였으며 오후 3시30분 출근하는 2조 조합원들도 오후 8시20분부터 4시간 파업했다.
현대차그룹의 맏형인 현대차 노사의 임단협이 해를 넘기면서 그룹 계열사들도 2017년 임금협상 및 단체협약 교섭을 마무리짓지 못하고 있다. 기아차와 현대제철 등 계열사 임금협상도 난항을 겪고 있다.
기아차 노사는 지난해 6월부터 임금협상을 시작했지만 아직도 1차 잠정합의안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기아차 노조는 15일까지 회사에 추가 제시안을 내놓으라고 요청했으며 16일 중앙쟁의대책위원회 회의를 열기로 했다.
현대제철 노사도 비슷한 상황이다. 현대제철 노조는 잠정합의안을 놓고 조합원 대상 찬반투표를 진행한 결과 73.5%(2835명)의 반대표가 나와 부결됐다. 현대제철 노조 조합원 4322명 가운데 3856명이 찬반투표에 참여했다. 현대제철 노사가 앞서 마련한 1차 잠정합의안에는 기본급 4만8408원 인상, 성과금 및 일시금 1143만 원 지급 등의 내용이 담겼다.
재계 관계자는 "임단협을 둘러싸고 기업 노사간 입장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다"며 "조선업과 자동차 산업이 올해도 힘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상황에서 노사 관계 악화는 결국 직원들의 피해만 키우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