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밤 청와대 관저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청와대
무술년 벽두부터 문재인 대통령이 지킬 것은 지켜주고, 얻을 것은 얻기 위한 실리 외교, 소위 '관계 외교'에 집중하고 있는 모양새다. 외교의 특성상 상대방이 존재하는 터라 과거는 묻어두고라도 미래 이익을 위해 다양한 포용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과 아랍에미리트(UAE)가 대표적이다. 또 북한과의 대화가 본격 시작되면서 미국과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한반도의 이익 극대화를 모색하기 위한 움직임도 이같은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11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전날 신년 기자회견에 앞서 발표한 신년사를 통해 "일본과 마음이 통하는 진정한 친구가 되길 바란다"면서 "역사문제와 양국간 미래지향적 협력을 분리해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과거는 과거고, 미래는 미래다라는 의미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일본과 한국은 문화적, 역사적으로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있다. 양국이 함께 노력해 공동 번영과 발전을 이뤄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9일 우리 정부는 한일 위안부 합의 처리 방향을 발표하면서 박근혜 정부 당시 일본과 맺은 위안부 합의가 피해당사자들을 배제한채 진행돼 진정으로 해결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도 양국간 2015년 당시의 공식합의 사실은 부인할 수 없어 일본 정부에 재협상은 요구하지 않는다는 방침도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신년기자회견에서 위안부 문제는 '진실'과 '정의'의 원칙에 의해 해결될 수 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일본이 진실을 인정하고, 피해자 할머니들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하는 것"이 한일 위안부 문제의 종지부를 찍는 지름길이라는 점도 분명히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기존의 합의를 파기하고 (일본에)재협상을 요구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와의 외교 관계를 깊이 염두에 두고 위안부 문제를 처리해나가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이다.
일각에서 끊임없이 제기하고 있는 'UAE 의혹'도 UAE의 입장을 우선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하기로 했다.
지난 12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특사 자격으로 UAE를 방문했을 당시 고위 관계자를 만나는 실제 과정이 꽤 복잡했다고 전해질 정도로 왕정국가인 UAE는 외교에 관한한 비밀을 중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있었던 여러건의 협정이나 MOU가 공개되지 않은 것은 상대국인 UAE가 공개되지 않기를 원했기 때문이었다"면서 "외교관계가 최대한 투명해야하지만 (합의 당시)양국이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면 충분히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상대국의 외교 관행을 충분히 고려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은 전날 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약 30분간 전화통화를 갖고 남북대화가 북한 평창 올림픽 참가에 이어 미북간 대화로까지 확대될 수 있음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충분히 설명했다. 비핵화를 통해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 정착을 위해 향후 북미간 공조가 절실할 수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특히 그동안 북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대부분이 '고위험 수위'였던 점을 감안하면 한반도에서의 실리 확보를 위해 미국에 다시 '러브콜'을 보낸 것이다.
문 대통령의 이날 말에 트럼프 대통령은 "적절한 시점과 상황하에서 미국은 북한이 대화를 원할 경우 열려있다"고 화답했다.
한편 중국의 경우도 국제 관계가 '힘'에서 '이익' 위주로 옮겨가면서 국가간 이익을 목표로 '동반자 관계 외교'에 집중해오고 있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