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재판'이라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2심 판결이 오는 2월 5일로 예정됐다. 2017년 1월 16일 박영수 특검팀이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처음 청구하며 재판을 예고한 지 1년이 지난 시점에서 그간 있었던 70차례의 재판 과정을 5회에 걸쳐 정리해본다.
지난 2016년 10월 27일 검찰은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하고 국정농단 의혹 조사에 나섰지만 황교안 국무총리가 12월 1일 박영수 특별검사를 임명하며 박영수 특검팀에게 공이 넘어갔다. 2017년 1월 9일 삼성 관계자에 대한 조사를 시작한 특검은 1월 16일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2월 14일 재차 구속영장을 청구해 17일이 부회장이 구속됐다. 3월 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1회 공판준비기일이 열렸고 세 차례의 공판준비기일을 거쳐 4월 7일 이 부회장 등에 대한 재판이 시작됐다. 이후 지난해 12월 27일까지 1심 53차례, 2심 17차례로 총 70번의 재판이 열렸다.
1심과 2심에서 특검은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독대를 통해 ▲정유라 승마지원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동계영재스포츠센터 후원이라는 뇌물을 제공했고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협조 ▲삼성물산 합병에 따른 처분 주식 감량 ▲삼성생명 금융지주회사 전환 지원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특혜 ▲메르스 사태 관련 삼성병원 특혜 등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승마지원과 재단 출연의 혜택은 박 전 대통령과 '경제공동체'인 최순실씨에게 돌아갔으며 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의 직권을 남용해 삼성의 '뒷배'를 봐줬다는 논리다.
또한 삼성이 받은 특혜들은 이건희 삼성 회장의 뒤를 이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권을 물려받기 위한 작업이라고 강조했다.
박영수 특검은 1심 공판에서 "삼성으로서는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와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의 안정적 확보는 시급한 지상과제"였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자금 지원의 필요와 접합돼 정경유착의 고리가 강하게 형성됐다. 전형적인 정경유착과 국정농단의 예"라고 규정했다. 2심에서도 박 특검은 "이 사건은 단적으로 삼성이 경영권 승계를 대가로 대통령과 그 측근에게 뇌물을 준 사건으로 정경유착 사건의 전형"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특검의 강경한 발언과 달리 재판에서는 이러한 혐의들이 입증되지 않았다. 혐의를 입증할 책임이 있는 특검이 의심 수준을 넘어선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 탓이다. 특검이 주장하는 특혜에는 앞뒤가 맞지 않는 것도 있다.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이 대표적으로, 특검의 주장대로면 금융지주로 전환이 이뤄졌어야 했지만 실제로는 전환에 실패했다.
적자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청탁 때문에 규정까지 개선하며 코스피에 상장시켰다는 특검의 주장이 타당성을 얻으려면 주가가 낮게 유지돼야 한다. 하지만 공모가 13만6000원에 시가총액 9조원이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주당 41만6000원, 시가총액 27조5246억원을 기록하며 코스피 상위 9위에 올랐다. 회사의 성장 잠재력이 커 나스닥이 아닌 코스피로 유치하고자 노력했다는 한국거래소 관계자 증언에 부합하는 결과다.
재판 도중 특검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시가총액이 재판마다 달라진다"며 "주가가 계속 오르는 모양"이라고 말을 흐리기도 했다.
결국 1심 재판부는 "개별 현안에 대한 명시적 청탁이 있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경영권 승계에 대해서는 "뚜렷하고 명확한 개념은 아니지만 대통령이 승계를 인식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묵시적 청탁을 인정했다.
2심에서 특검은 개별 현안에 대한 청탁이나 특혜에 대한 추가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혐의 입증이 어려워지자 공소장을 고치는 방법을 사용했다. 1심에서 '제3자 뇌물죄'로 기소했다가 무죄로 판결된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에 '단순 뇌물죄'를 추가했고, 단순 뇌물죄로 기소했던 승마지원에는 제3자 뇌물죄를 추가했다. 1심에서 확인된 3차례 독대에서 부정한 청탁이 확인되지 않자 그 독대에 앞서는 '0차 독대'를 만들었다. 다만 독대에서 나눈 대화는 물론 실제 독대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한 증거도 제시하지 못해 논란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