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지수가 지난 2002년 이후 16년 만에 900선을 넘어서는 등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공모주 시장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옮겨가고 있다. 정부가 코스닥 활성화 정책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기업공개(IPO) 시장의 열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오일뱅크 등 '대어급'으로 꼽히는 기업들과 카카오게임즈 등이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증권은 올해 연간 공모 규모가 10조원을 웃돌 것으로 분석했다. 유진투자증권도 올해 IPO 공모 금액 규모가 총 8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예상대로라면 2010년 이후 최대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 상장 기업의 공모금액은 약 7조9000억원이었다. 이 중 코스닥에는 약 3조5258억원의 공모금액이 몰려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상장을 준비중인 현대오일뱅크는 시가총액이 7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발행주식의 20∼30% 수준인 코스피 평균 공모 비율을 감안하면 공모 규모가 2조원에 달한다.
SK그룹 계열의 SK루브리컨츠는 상장 주관사를 선정한 상태다. 시가총액 5조원 이상, 공모금액은 1조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사는 세계 3위의 윤활유 회사로 2015년에도 상장을 시도했지만 실적 하향 등의 여파로 상장예비심사 신청을 철회했다. SK그룹은 수면장애 치료제 미국 진출을 추진 중인 SK바이오팜의 상장도 예정돼 있어 올해 IPO 시장에서 가장 주목할 대기업으로 꼽힌다.
AK그룹의 '알짜회사'로 꼽히는 애경산업도 관심을 받고 있다. 치약, 세제 등의 생활용품을 주로 생산하는 애경산업은 최근 화장품 호황과 중국 진출을 계기로 성장성이 부각된다.
안마의자 전문기업 바디프랜드도 상장 유력 후보로 꼽힌다. 지난 2015년 사모펀드에 인수된 바디프랜드는 IPO를 통한 엑시트(자금 회수)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실적이 급성장하며 체질 개선에 성공해 시가총액이 2조~3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호텔롯데의 상장도 관심사다.
코스닥시장에선 게임주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해 9월 한국투자증권을 주관 상장사로 선정하고 IPO를 준비 중이다. 온라인 게임 '배틀그라운드'의 실적 기대감이 커지면서 기업 가치가 1조∼1조5000억원까지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해 매출액 5000억원, 영업이익 400억원 이상의 실적을 낸 것으로 증권가는 추정한다.
유진투자증권 박종선 연구원은 "정부가 2018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코스닥시장 활성화를 위한 세제혜택, 연기금 투자 비중 확대를 비롯해 테슬라상장제도 요건 완화 등 정책 지원을 밝히고 있어 코스닥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어떤 시기보다 높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공모주 청약 경쟁도 치열하다. 교통 솔루션 기업 에스트래픽은 1128.1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청약증거금도 2조4030억원이 몰렸다. 상신전자, 영화테크, 비디아이 등도 청약경쟁률 1000대 1을 넘었다.
그러나 투자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1~11월 상장한 공모주 50개를 분석한 결과 공모 규모가 500억원을 초과한 16개 중 43.8%는 상장일 종가가 공모가를 밑돌았다. 공모 규모 300억~500억원(8개)은 25%, 100억~300억원(23개)은 21.7%로 비율이 낮아졌다. 100억원 미만 공모주(3개)는 모두 상장일 종가가 공모가보다 높게 형성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공모가격이 적정 수준보다 높게 결정될 경우 상장 후 주가가 하락하는 등 투자수익에 부정적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