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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재판 돌아보기 ⑤] 증거 없어 감정에 호소한 특검



"엄격한 증거재판주의에 입각해 정확성을 기하려고 최선을 다했다."

지난해 12월 27일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항소심 공판에서 나온 박영수 특별검사의 발언이다.

현행법은 증거재판주의를 형사증거법의 기본원칙으로 채택하고 있다. 형사소송법 제307조에 따르면 공소범죄사실 등은 증거능력이 있고 적법한 증거조사를 거친 증거에 의해 인정된다. 박 특검은 증거재판주의에 입각했다고 하지만 특검의 재판은 그 준비부터 삐걱댔다.

지난해 3월 재판부와 특검, 변호인단이 재판을 준비하는 단계인 공판준비기일에서는 특검이 공소장에 기재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의 독대 내용이 문제가 됐다. 공소장에서 특검은 2016년 2월 15일 '3차 독대'에서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게 "정유라를 지원해줘 고맙고 앞으로도 잘 지원해달라"고 말했다고 명시했다.

독대에 배석한 사람이 있거나 독대 당사자가 증언해야 직접인용이 가능하지만, 독대 당사자들은 저런 발언을 부정하고 있으며 배석한 사람도 없다. 변호인단은 "특검이 대화 내용을 일방적으로 창작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재판 과정에서 특검이 공소장에 '이재용은 세 차례 독대 과정에서 경영권 승계에 도움을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라는 기재를 7번이나 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항소심 최후변론에서 변호인단은 "공소장을 보면 핵심이 되는 범죄사실 부분에 이르러서는, '~라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다(공소장 26p)', '~을 이해하고 있었다(26p)', '~이라고 마음먹고 ~을 수락함으로써(27p, 28p, 30p, 36p, 38p)', '~이라고 생각하고 ~을 수락함으로써(27p, 29p, 31p, 36p, 38p)', '~하기로 마음먹었다(42p, 45p)' 등 특검의 일방적인 추측만이 난무했다"고 지적했다. 개인의 생각은 본인을 제외한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특검이 증거를 구하지 못하자 추측과 비약을 증거로 삼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부분이다.

또한 이러한 추측과 비약이 독대 과정에 집중됐다는 점도 문제가 된다.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에 독대가 있었고, 독대에서 뇌물수수와 대가관계 합의가 이뤄졌다는 것이 특검의 '추측'이다.

독대 내용이 특검 공소 사실의 핵심임에도 아무런 증거를 구하지 못했으며 추측으로 채웠다는 것은 쉽게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결국 특검은 공소장을 네 차례나 바꿔야 했고 공소장에 기재한 내용이 자신들의 창작물임을 인정해야 했다. 3차 독대와 관련해 특검은 "워딩이 증거로 있는 것은 아니고 전체적인 취지가 그렇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3차 독대 시간도 오후에서 오전으로 변경했다.

세 차례 독대에서 이뤄졌다는 뇌물수수와 대가관계 합의 증명에 어려움을 겪자 특검은 그에 앞선 2014년 9월 12일 '0차 독대'가 있었다는 주장까지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0차 독대가 실제 있었는지의 사실 여부와, 0차 독대가 있었다면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에 대한 내용은 전혀 밝혀지지 않았다.

특검이 선택한 타개책은 감정에 호소하는 일이었다. 박영수 특검은 결심 공판 의견 진술을 통해 "시장경제와 민주주의의 근간을 바로 잡고 정의를 바로 세우겠다는 신념과 사명감으로 임했다. 이 사건 재판이 건강한 시장경제의 정착과 진정한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한 첫 발걸음이 될 것을 기대한다"며 특검의 공소 내용이 시장경제와 민주주의, 정의를 위한 것이라고 읍소했다.

이어 "피고인들이 재판 절차를 존중하고 객관적인 증거 앞에서 겸허하게 진실 발견에 협조하길 기대하였으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피고인들은 계속해서 진실을 외면해왔다"며 "항소심에서 새로 밝혀진 2014년 9월 12일 피고인 이재용과 대통령의 단독면담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청와대 안가 출입기록으로도 증명되지 않은 0차 독대를 기정사실로 삼으며 진실을 외면한다고 주장한 셈이다.

'공소장일본주의' 논란과 증거 부족으로 인한 예단과 추측 논란을 일으킨 자신들의 업무태만을 지적한 여론에 대해서는 "특검 수사에 대한 근거 없는 비판으로 재판에 영향을 끼치려는 여러 가지 시도"라고 폄하했다. 사회 정의를 세우기 위한 일이니 특검이 '디테일의 늪'에 빠져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더라도 혐의를 인정해야 하며 증거 부족을 비판해서는 안 된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이 자리에서 박 특검은 "삼성은 피고인 이재용 개인의 기업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대표 기업이자 국민의 기업"이라며 기업의 권리는 주주에게 있다는 자본주의 기본 원칙을 부정하는 주장을 해 방청객들의 실소를 사기도 했다.

한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감정에 호소하는 발언을 했지만 특검과는 그 궤를 달리해 주목을 받았다. 이 부회장은 최후진술에서 "회사 일을 했을 뿐인데 다른 피고인들에 대한 선처를 부탁드린다"며 "제가 할 일을 제대로 못 챙겼다. 모든 법적 책임과 도덕적 비난도 제가 다 지겠다. 법적으로 가능하다면 벌을 저에게 다 엎어달라"고 재판부에 간청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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