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식을 가진지 꼭 1년이 되는 지난 20일(현지시간) 0시 미국 연방정부가 셧다운(shutdown)을 선언했다.
셧다운은 집권 여당과 연방의회 다수당 간 예산안 처리 무산에 따라 발생한다. 일반공무 일시중단 상황을 일컫는 말로 미국 연방정부의 업무가 중단된다는 의미지만 정확히 말하면 '부분적' 중단이다. 사법기관 및 출입국 관리, 중앙은행, 국방 등 필수 요소는 정상적으로 운영된다.
21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셧다운 상황을 막기 위해 막판까지 협상에 나섰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셧다운 시한을 연장하기 위한 임시예산안도 셧다운을 1시간여 앞두고 상원에서 부결됐다.
쟁점은 이민법이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치열한 공방을 벌인 사안은 '다카(DACA)'로 이는 어린시절 부모를 따라 비합법적으로 미국에 입국한 청년들의 추방을 유예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도입된 정책으로 이에 따른 혜택을 입은 '드리머(Dreamer·불법체류 부모를 따라 들어온 청소년들)'는 약 80만명으로 추산된다.
민주당은 행정명령으로 발효된 이 프로그램이 새 이민법에 법제화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린시절 부모를 따라 들어와 미국인과 다름 없이 살아온 아이들이고 미국 경제에 기여하는 부분도 적지 않다고 설명한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은 다카 프로그램 법제화 시 범법자를 사면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공화당과 민주당 양당 의원 20여 명이 모인 자리에서 다카 폐지를 취소하는 대신 멕시코 국경장벽 예산확보 및 이민개혁 처리를 '패키지 딜'로 제안했다. 이에 양당 간 대치국면은 다소 풀리는 듯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아이티와 아프리카 출신 난민들이 살던 곳을 "거지소굴(shit-hole)"로 비유하면서 민주당이 다시 강경입장으로 돌아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의 이 같은 행태에 "거지소굴 발언을 와전한 민주당이 다카를 날려 버렸다"고 네 탓 공방을 벌이며 셧다운이 가시화됐다.
미 연방정부의 셧다운으로 미국 내 기업 및 일반 시민의 불편이 예상된다. 공공서비스를 관장하는 공무원들은 강제 무급효과 조치로 집에서 대기해야 한다. 일종의 일시해고 상태로 미 연방정부 내 공무원 80만명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연방정부가 운영하는 워싱턴 D.C. 스미소니언 박물관 등 주요 관광명소들도 문을 닫는다.
셧다운이 장기화될 경우 금융시장도 불안감을 키울 수 있다. 특히 최근 뉴욕증시가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온 만큼 셧다운은 주가조정의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 경우 한국경제와 안보에도 불안 요인으로 작용한다.
다만 이번 셧다운은 특정 정당(공화당)이 백악관과 의회 상·하원을 모두 장악한 상황에선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때문에 주말 사이 여야 간 극적 타결이 이뤄질 경우 셧다운으로 인한 피해는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역대 셧다운 사례를 보면 통상 사흘을 넘기지 않는 등 장기화 가능성이 낮다. 역대 최장 기록은 지난 1995년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21일이다. 지난 2013년 10월에도 17일간 지속된 바 있다. 이번 셧다운은 당시(지난 2013년 10월) 이후 4년 3개월 만이다. 미국에선 지난 1976년 이후 모두 18차례 셧다운이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