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증가세에 정부가 이번엔 수요가 아닌 공급을 잡기 위해 나섰다.
올해 시행되는 신(新)DTI(총부채상환비율)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대출 수요를 억제하는 방안이라면 금융당국이 21일 내놓은 자본규제 개편은 금융권의 자본 규제를 강화해 가계대출 공급을 옥죄는 것이 목표다.
정부가 추정한 자본규제에 따른 가계대출 감축 효과는 향후 3~5년간 40조원 안팎이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혁신기업보다 가계대출이나 부동산 분야로 자금흐름을 유도하는 비대칭적인 규제부문에 '균형추'를 세운 것"이라며 "시장 부담이 급격하지 않도록 생산적 자금흐름을 부드럽게 유도(Nudge)할 수 있는 적정 규제수준을 모색했다"고 밝혔다.
◆자본규제 3종 세트 영향은
예대율 개편, 고위험 주택담보대출 위험가중치 상향,가계부문 경기대응완충자본 도입 등 자본규제 3종 세트는 모두 가계대출이 많은 은행에 불이익을 주게 된다.
특히 은행 입장에서 가장 부담스러울 것으로 보이는 규제는 예대율 개편이다.
예대율은 원화예수금 대비 원화대출금의 비율로 100% 이내를 유지해야 한다. 이번 산정방식 개편으로 은행들은 6개월의 유예기간이 지나면 가계대출의 가중치는 상향(+15%)하고, 기업대출에 대해서는 가중치를 하향(-15%) 적용해야 한다.
9월 말 자료를 기준으로 시뮬레이션한 결과에 따르면 이번 개편으로 시중은행의 평균예대율은 98.1%에서 99.6%로 상승해 100%에 육박하게 된다. 특히 1개 은행은 100%를 넘기도 했다.
만약 시중은행이 대출금을 줄이지 않고 현재 예대율(98.1%)을 유지하려만 약 11조원을 추가로 조달해야 한다.
다만 지방은행의 경우 예대율이 오히려 하락했다. 원화대출 증가액의 60%이상을 중소기업에 지원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시중은행들 대비 기업대출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LTV 60% 초과 주담대에 대한 위험가중치도 상향(예: 35%→ 70%)한다. 이 경우 은행권의 평균 국제결재은행(BIS) 비율이 약 0.14%포인트 하락할 추정됐다.
가계부문 경기대응완충자본의 도입은 최대 적립비율인 2.5%를 가정하면 추가로 적립해야 하는 자본은 0.8~1.2%포인트다.
자료: 금융위원회>
◆기업금융 활성화되나
정부는 이번에 기업금융 활성화 위한 인센티브도 마련했다. 금융권에서 줄인 가계대출 자금이 기업금융으로 넘어가게 하겠다는 의도다.
워크아웃 기업에 대한 자산건전성 분류는 현재 '고정이하여신'에서 상향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다. 워크아웃 기업이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신규 자금지원 등이 필수적이란 이유에서다.
이와 함께 은행 경영실태를 평가할 때 '중소기업 신용대출 지원실적' 항목을 새로 만들고, 가중치를 부여해 중기 신용대출을 늘리도록 유도한다.
증권사들 역시 모험자본의 공급을 늘릴 수 있도록 현재 코넥스와 위험도가 같았던 코스닥 주식투자에 대한 위험가중치는 낮춘다.
다른 업권에 비해 과도했던 저축은행·상호금융권의 기업대출 대손충당금 적립기준 등도 정비한다. 이에 따라 감소할 것으로 추정되는 충당금 부담이 약 760억원이다.
이번에 발표된 대부분의 개편방안이 업권별 감독규정 등 하위규정 개정만으로 가능해 후속조치는 속도감 있게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개별 금융회사별로 여건이 다르고 준비도 필요한 만큼 규정개정 단계에서 시장 의견을 추가로 수렴하고, 유예기간 부여 등도 검토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