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적 부진에 지난해 말 카드사 CEO 줄줄이 교체
- 3월 임기 만료 앞둔 정수진 사장, 유일한 好실적에 연임 가능성↑
오는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하나카드 정수진 사장의 연임 여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최근 카드사들의 실적이 부진하면서 지난해 말 KB국민카드, BC카드, 우리카드 등은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했다. 이에 따라 임기만료를 앞둔 다른 카드사 CEO의 거취도 관심사다.
하나카드는 지난해 카드사 중 유일하게 전년 대비 순이익 증가를 기록하는 등 최근 들어 정 사장의 연임 가도에 '파란불'이 켜졌다. 카드업 시장환경이 악화일로를 걷는 가운데 정 사장은 영업채널 다변화, 상품판매 강화 등 경영전략으로 수익성을 꾀하면서 우수한 성적을 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2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하나카드는 222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8.3% 증가한 실적으로 국내 8개 카드사 중 유일하게 순익이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253억원에 달하는 등 경쟁사인 우리카드의 영업이익(1081억원)을 훌쩍 뛰어넘어 시장점유율을 높였다.
하나카드는 당시 분기실적보고를 통해 "외환카드와 합병 이후 본격적인 시너지 효과가 발생했다"며 "카드 신용판매가 호실적을 기록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특히 정 사장의 '수익성 강화' 전략이 좋은 결과를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정 사장은 올 초 신년사에서 수익성을 기반으로 하는 사업 발굴에 힘쓸 것임을 밝힌 바 있다. 실제 정 사장은 그간 영업채널 다변화를 위해 은행과 협업을 진행하면서 은행 판매를 강화해 왔다. 정 사장은 지난 3일 범금융권 신년 인사회에서 기자와 만나 "은행과의 시너지 효과가 최근의 이익 증대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올해에도 차별화된 마케팅과 'fee-biz' 사업을 발굴하며 이익을 견인한다는 방침이다. 다른 산업과의 연계를 통해 통신판매를 확대하고 해외다각화를 꾀해 전체 사용자를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처럼 정 사장이 카드 사용자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는 다름 아닌 최근의 '원큐(1Q)' 카드 성공에 고무됐기 때문이다. 소비자에 탁월한 혜택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나면서 원큐카드는 최근 출시 2년여 만에 가입 400만좌를 돌파했다. 소규모 고객층을 대상으로 삼는 등 경쟁사와의 차별화된 전략으로 맞춤 서비스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이 같은 원큐카드 판매 호조세가 지난해 하나카드의 신용판매 실적을 이끈 것으로 보인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건당 이익이 낮아도 전체 이용자가 늘면 회사 입장에서 수익이 나도록 상품을 설계했다"며 "다른 상품들에 비해 원큐카드는 유지율도 10~20% 이상 높다"고 설명했다.
최근 카드업계는 수익성 악화를 이기지 못하고 직원을 내보내는 등 감원 한파가 불고 있는 상황. '업계 1위' 신한카드에 이어 KB국민카드도 연초부터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등 각사가 최대 200명 규모의 인력감축을 시도하고 있다. 다만 하나카드는 현재로선 희망퇴직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하나카드는 타사와 비교해 직원 수가 절반에도 못 미친다"며 "최근 사업 다각화로 오히려 인력이 부족하게 여겨질 때도 있어 인력 조정 계획은 짜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실제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하나카드 직원 수는 756명으로 전업 7개사 평균 직원 수인 1700명 대비 절반 이하 수준이다.
하나카드의 이 같은 성장세에 정 사장의 연임은 확실시 되지만 변수가 없지 않다. 하나금융 김정태 회장의 연임여부가 변수로 작용한다. 정 사장은 지난해 3월 주주총회에서 1년 연임이 시행됐다. 하나카드와 외환카드 간 합병에도 1등 공신이란 평가가 나온다. 김정태 회장으로선 자신의 심복과도 같은 존재로 본인의 연임이 확정되지 않을 경우 정 사장도 자리 보전이 어려울 수 있다. 또 최근 이슈가 된 지주사 지배구조 문제에서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다만 하나카드의 성장세에 하나금융지주 내 하나카드의 입지가 강화되고 있는 바 내부 평가는 호전적이다.
이 외 올해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서민 부담 완화를 위해 카드사의 수수료를 추가적으로 인하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업황은 전반적으로 더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카드사 전체가 비상 경영에 돌입한 상황이다. 지난해 이익도 외환카드와의 통합비용이 반영되지 않은 기저효과 덕분이란 분석이 일부 제기되면서 올해 하나카드가 질적성장을 가져올지 의문을 표하기도 한다.
정 사장은 그러나 올해 디지털 경쟁력 강화를 통해 업계의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겠단 입장이다. 디지털화에 모든 역량을 다하면서 새로운 서비스와 비즈니스를 발굴, 성장세를 지속하겠다는 설명이다.
정 사장은 올 초 주요 사업전략 발표를 통해 "하나카드 고객들이 더 많은 편의와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같은 업종은 물론 이종업종과의 제휴로 새로운 서비스 및 비즈니스를 발굴해야 한다"며 "올해 하나카드는 디지털화를 통해 더욱 새로운 경험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