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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기동향

가계는 지갑닫고, 기업은 투자 미루고



#. 구로 디지털단지 벤처기업에 근무하는 김미래(가명·37)씨는 요즘 야간에 아르바이트를 한다. 치솟는 전세자금에 김 씨는 지난해 제2금융권 대출을 받았다. 쌓인 대출 잔액만 5000만원이다. 월급 만으로는 생활비 하기도 빠듯해 결국 투잡을 선택한 것이다. 김 씨는 "노후는 생각할 겨를도 없다. 최대한 안쓰고 모아야 빚이라도 갚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 J사는 지난해 1월 염색가공사 경쟁력 약화 및 매출부진으로 공장 가동을 중단한다고 공시했다. 회사 측은 "공장 경비 절감 및 손실감소로 재무건전성은 호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중 돈이 필요한 곳으로 흘러가지 않고 있다. 가계는 불안한 미래에 대한 걱정에 지갑을 닫았다. 기업들은 설비투자 세액공제 축소, 미래 성장동력을 찾지 못해 투자를 미루고 있다.

◆소비위축…'돈맥경화'

23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은행의 예금회전율은 3.7회였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때 4.1회~5.1회(2008년 10월~2009년 12월)보다 낮은 수준이다.

은행 예금회전율은 분기 기준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1년 줄곧 4회를 웃돌다가 2012년 2분기 3.9회로 떨어졌다. 이후 지난 2015년 4분기 일시적으로 4.1회로 높아졌지만 지난해 2분기와 3분기 3.6회~3.7회에 머물고 있다.

예금 중에서도 요구불예금 회전율도 19.2회에 머물고 있다. 이 역시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0월 35.4회를 한참 밑돈다.

소비가 살아나지 않고 있어서다. 1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4포인트 떨어졌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발표한 '외식산업 경기전망지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외식산업 경기지수는 68.47로 작년 2분기 이후 계속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예금회전율은 기업이나 개인이 투자 및 소비 등을 위해 예금을 인출한 횟수로, 돈의 유통속도를 나타낸다. 예금회전율이 낮다는 것은 예금자가 투자처를 찾지 못해 돈을 은행에 묻어두는 경향이 심해지고 있음을 뜻한다.

한은의 통화지표에 따르면 기준금리를 인하했던 지난해 8월 통화승수(계절조정 기준)는 16.33배에 머물고 있다. 2008년만 해도 26배에 달했다. 통화승수는 통화 한 단위가 몇 배의 통화를 창출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통화승수 하락은 그만큼 경제 활력이 줄었다는 의미다.

물가와 통화, 국내총생산(GDP) 등을 활용해 한은이 산출한 통화유통속도는 2002년 3.00에서 2016년 말 현재 2.80까지 하락했다.

이 때문에 유동성 함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김천구 선임연구원은 "통화승수가 하락세를 보이면 정책효과가 상쇄되고 중앙은행이 돈을 풀어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유동성 함정'에 빠지는 것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통화승수 하락은 한국 뿐만 아니라 금융위기를 겪었던 미국과 '잃어버린 20년'을 경험한 일본, 경기부진에 따라 최근 양적완화를 단행한 유럽연합(EU) 등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기업 역시 막대한 사내 유보금을 쌓아두고 있지만 투자에 적극적이지 않다. 기업들이 예금은행이 맡겨둔 돈은 지난해 11월 말 기준 37조2775억원에 달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간사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이 30대 기업의 '연결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2016회계연도 기준으로 한국 상위 30대 대기업 평균 사내유보율은 8682%로 집계됐다. 2014년 4484%였던 사내유보율과 비교하면 불과 2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세액공제 축소·성장동력 확보 미흡…투자 유인↓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유동성이 부족해서 소비나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 게 아니다. 시중에 풀려 유통되고 있는 현금의 총량을 의미하는 화폐발행잔액은 작년 11월 말 현재 106조5860억원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돈을 쓰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국회예산정책처,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2016년 가계 부문의 최종소비지출은 690조6000억원이었다. 지난 10년간 1.91% 늘어난 셈이다. 10년간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3.33%였다. 가계 씀씀이가 경제성장률보다 늘지 못했다는 의미다.

기업들의 투자 유인이 적다. IBK경제연구소은 설비투자가 지난해 12.8%에서 올해 5.1%로 반 토막 날 것으로 우려했다. IT(정보기술)와 석유화학을 제외하고서는 전체적으로 투자가 큰 폭으로 둔화해서다.

연구소는 "설비투자 세액 공제 축소와 함께 미래 성장 동력 확보도 미흡해 신규 투자 유인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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