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I·수능II로 수능 두 번 치르고, 수능II(서술·논술수능) 평가는 대학 자율로
-정부 '논술 축소·폐지'엔, '논술고사연합관리위원회(가칭)' 만들어 강화해야
서술이나 논술형태의 답을 요구하는 방식의 수능을 새로 도입하고, 채점과 평가를 대학 자율로 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교육부가 2022학년도 수능을 절대평가 등급제로 전환할 경우 대학들이 이를 보이콧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돼 파장이 일 전망이다.
김현 경희대 입학처장(서울경인지역입학관련처장협의회장)은 24일 오후 건국대에서 열리는 교육부 주최 제2차 대입정책포럼에서 기존 수능과 별도로 논술·서술형 수능을 추가해 수능을 두 번 치르는 '수능 이원화 방안'을 정부에 제안한다. 이 제안은 서울경인지역입학관련처장협의회 소속 대학들의 공동연구를 거쳐 만들어졌다.
김 처장은 발제를 통해 "수능 전 영역 절대평가 등급제를 도입하면 수능 변별력 약화로 수능만으로 학생 선발이 어렵게 된다"면서 "학생부교과, 논술, 면접 등 다른 전형요소와 결합해 학생들을 선발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 같이 제안했다.
제안을 보면, 수능을 수능I과 수능II로 이원화한 뒤, 수능I은 기존대로 객관식 오지선다형으로 출제하고, 수능II에서 논술·서술형을 도입하자는 내용이다. 수능II의 논술·서술형은 과목별로 치르거나, 국어와 사회교과를 합쳐 인문계 통합논술과 수학과 과학을 합쳐 자연계 통합논술로 치르는 것을 예로 들었다.
시험일은 11월 초와 중순에 순서대로 치르고,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등 기존처럼 국가기관에서출제하되 수능II 채점은 대학별로 해 논술·서술형 채점의 어려움을 해소하자는 것이다. 이 같은 제안은 절대평가화되는 기존 수능은 그대로 치르되, 논술·서술형 수능II를 통해 대학별로 학생들을 개별적으로 평가해 선발하자는 취지다.
수능 이원화 방안은 법학적성시험(LEET)과 유사한 형태다. LEET는 언어이해와 추리논증은 5지선다형으로, 논술은 서답형으로 혼용해 출제하고, 논술 답안지는 지원한 대학에 제공해 채점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대학별 개별 채점할 경우, 채점하는 대학별로 그 결과가 달라지면 그에 대한 공정성 논란에 휘말릴 위험이 크다. 특히 통합사고능력과 고등추론능력을 측정하는 문항이 출제될 경우 새로운 형태의 사교육 유발도 우려된다.
수능을 두 번 치러야하는 수험생들의 부담 증가와 수능 관리비용 상승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이같은 부작용에 대해 김 처장은 "중장기적으로 중등교육에서 '단답형 객관식 시험'이 아닌 '논술·서술형 시험'을 과감히 도입해 학교 차원의 입시 준비가 가능하도록 교육 개혁이 필요하다"면서 입시를 바꾸기에 앞서 고등학교 교육을 우선 바꿔야한다는 주장을 폈다.
김 처장은 '논술·서술형 수능'을 도입하기 전까지 논술고사를 유지하되, 지금까지 대학별 출제하던 논술고사를 대학들이 연합해 공동 출제하고 채점은 대학별 자율로 하자는 제안도 했다. 새 정부는 논술을 폐지하거나 축소하도록 한다는 방침을 여러번 제시한 바 있으나, 이에 대해 대학들이 연합해 출제하는 방식으로 논술고사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공동 출제되는 논술 시험일은 수능시험 후 2주간 토요일과 일요일에 치르도록 하고, 계열별 지정일 가운데 대학이 선택하도록 했다. 대학들이 논술고사 연합관리위원회(가칭)를 구성해 시험을 관리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논술 공동 출제 방안 역시 대학간 채점 결과가 다를 경우 공정성 논란이 제기될 수 있고, 논술고사 시행 대학 확대에 따른 사교육 유발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또 수시모집과 정시모집을 통합해 수능 성적 통지 후 원서를 한번에 접수하도록 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대학들이 학생부와 수능 성적, 대학별고사를 자유롭게 조합해 설계한 전형을 통해 학생들을 자율로 선발하자는 것으로, 대학들이 ▲학생부교과 100% ▲학생부종합 ▲수능100% ▲수능+대학별고사의 4가지 유형을 선택하도록 했다. 수험생의 선택권을 고려해 대학들이 한가지 전형유형의 최대 모집인원을 일정 비율로 제한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수시와 정시 통합 모집은 수시모집이 없어지면서 전형일정이 단축돼 고등학교 3학년 2학기의 학교 교실의 정상적인 운영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 대학 전형일정이 12월부터 2월까지로 크게 단축돼 대학들의 부담이 크게 줄 것으로 보인다. 반면 모집기간 단축으로 인한 미충원인원 발생시 충원의 어려움과 큰 틀의 제도 변경으로 인한 초기 혼란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김현 처장은 "수시와 정시를 통합해 수능 이후 원서접수를 시행할 경우 수험생이 수능성적을 알고 지원하는게 가능해 대입의 예측가능성을 제고하고, 수능 변별력 약화에도 학생부와 대학별고사 등을 활용해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는 등의 효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포럼에서는 고려대 교육학과 조대연 교수가 '미래사회에 필요한 인재 역량'을 주제로 발표했고, 정영근 선문대 입학처장, 채영희 부경대 입학본부장, 황현정 경기교육연구원 연구위원 등이 토론자로 나섰다. 토론에서는 수능 절대평가에 대한 찬반 의견이 나왔고, 수능을 자격고사화하자는 주장도 제기됐다.
교육부는 오는 2월 8일 고등학교와 교육청, 학부모를 초청해 '학생부전형 공정성 강화' 주제의 제3차 대입정책포럼을 여는 등 다양한 의견을 반영한 대입제도 개편방안을 마련해 국가교육회의 주도의 숙의를 거쳐 올해 8월까지 확정 발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