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 산하·유관 기관장 상당수가 공석인 가운데 현 정권 창출에 도움을 준 정치권 주변 인물들이 대거 자리를 독식할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특히 공모 절차가 진행되기 한참 전부터 '내정설' 또는 '유력설' 등이 곳곳에서 제기되는 등 '정피아(정치인+마피아)' 낙하산 일색이다.
문재인 정부가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만들겠다고 공언했지만 중소·벤처·소상공인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는 이들 기관에 전문성 등과는 거리가 먼 인물을 앉힐 경우 결과가 뻔한게 아니냐는 중소기업계 주변의 강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28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진흥공단 임원추천위원회는 이사장 후보 대상자 3명을 추려 현재 중기부에 추천한 상태다.
중진공은 이달 5일부터 12일까지 이사장 후보 공모를 진행했다. 그런데 공모 과정에서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내정설'이 불거졌다. 이 전의원은 중진공이 중기부에 추천한 최종 3인에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19대 국회에서 예결위 활동을 한 이 전 의원은 지난해 중기부 장관 후보군에도 이름이 오르내렸다.
전북 김제가 고향인 그는 지난 대선에선 문재인 캠프의 직능본부 수석부본부장을 맡은 바 있다.
중소기업계 한 관계자는 "이 전 의원이 중진공 이사장으로 간다는 이야기는 지난해 말부터 고향 주변에서 조금씩 흘러나왔다"면서 "중기부 장관이 안되니 산하기관장으로 선회한 것 아니냐는 게 당시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이 전 의원은 이스타항공 창업주 출신이다. 이스타항공은 이스타홀딩스가 57.7%의 지분을 갖고 있는 저비용항공사(LCC)로 두 자녀가 이스타홀딩스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진공 이사장은 홍종학 중기부 장관이 3명의 후보 중 최종 1인을 청와대에 추천해 승인받아 임명하게 된다.
9개월째 공석인 중소기업옴부즈만에는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을 역임한 기업인 박모 회장이 거론되고 있다.
단돈 200만원으로 회사를 창업해 현재 17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박 회장은 중소기업계에선 성공한 기업인으로 꼽히며 지난 2014년 당시에도 중기옴부즈만으로 이름이 오르내린 바 있다.
박 회장은 19대 국회 출범을 앞두고 당시 통합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에 도전하기도 했다. 기업인이지만 친여권 인사인 셈이다.
중기옴부즈만지원단 관계자는 "인사 문제라 자세히 언급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지만 정상적으로 프로세스를 밟아서 상당부분 진척이 됐다"고 전했다.
차관급인 중기옴부즈만은 이번이 4대째로 중기부 장관이 추천해 총리실 산하의 규제개혁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무총리가 위촉한다.
원장 선임 절차를 시작도 안한 창업진흥원장 역시 대선 시절 문캠프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부산 지역 학계 출신 인물이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지난 12일로 원장 임기가 끝난 창업진흥원은 이번주 중 원장선발위원회를 꾸려 2주간 공모를 받고, 지원자 중 2인을 추려 중기부 장관에게 추천할 계획이다.
중기유관기관에도 정치권 인사의 발걸음이 늘어나는 분위기다.
소상공인연합회는 기존에 없던 상근부회장 자리를 만들어 여권 인사인 이제학 전 서울 양천구청장을 지난해 말 영입했다. 중소기업중앙회도 현재 공석인 상근부회장에 더불어민주당 19대 국회의원 출신인 김모 의원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