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오전 10시 애플스토어 가로수길점 문이 열리자 전날부터 기다린 애플 사용자들이 줄이어 입장하고 있다. 이 줄은 가로수길 끝까지 이어졌다. /오세성 기자
지난 27일 오전 10시, 애플코리아가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에 국내 첫 애플스토어를 개장했다.
이날 가로수길을 가득 채울 정도의 인파가 몰리며 애플스토어는 흥행에 성공했지만 애플코리아가 축배를 들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국내 법령 위반 의혹, 배터리 게이트를 둘러싼 소비자 반발 등 다양한 문제가 쌓인 탓이다.
애플스토어는 애플 제품 판매와 사용법 교육, AS 등의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애플의 직영점이다. 지상 1층과 지하로 이뤄진 애플스토어 가로수길점은 애플 사용자들의 커뮤니티 역할을 하게 된다. 방문객은 모든 기기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전시된 아이폰을 뽑고 전시된 케이스에 끼워보는 등의 행위가 모두 허용되는 것. 단순한 기기 사용법은 물론 전문적인 코딩 교육도 받을 수 있다. 제품 수리를 전담하는 '지니어스바'도 운영된다.
애플스토어는 애플 제품에 대한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애플 사용자들에게 일종의 문화센터로 인식된다. 뉴욕 5번가 애플스토어의 경우 애플 사용자라면 꼭 가봐야 하는 명소로 등극하기도 했다. 애플스토어 가로수길점은 2036년까지 운영되며 향후 계약에 따라 운영이 연장될 수 있다.
애플스토어는 국내에서 애플의 아이폰이 판매된 지 8년 만에 입점이 이뤄졌다. 때문에 애플 사용자들은 전날 오후부터 노숙을 하며 애플스토어 입점을 반겼다. 애플스토어 문이 열린 27일 오전 10시에는 애플스토어에 들어가려는 인파가 가로수길 끝까지 이어졌다.
애플스토어 가로수길 맞은편에서는 애플 배터리 게이트를 비판하는 1인 시위도 벌어졌다. 애플 관계자들은 시위자에 대해 공공연하게 적대감을 드러냈다. /오세성 기자
애플스토어의 흥행에는 성공했지만 애플이 한국에서의 위상을 회복하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27일 애플스토어 앞에는 배터리 게이트와 관련해 1인 시위가 벌어졌다. 경기도 용인시에서 왔다는 30대 남성은 애플스토어 맞은편에서 '휴대폰도 당연히 오랫동안, 처음 산 그날과도 같은 물건이 좋습니다'라는 피켓을 들고 있었다. 배터리 수명을 구실로 아이폰 성능을 임의로 저하시킨 애플의 행동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아이폰4부터 아이폰7플러스까지 사용하고 있다"는 그에게 애플 관계자들은 "무슨 의도냐. 목적이 뭐냐"며 공연히 적대감을 드러냈다. 애플 관계자들의 공격적인 태도에 그는 "(피켓에) 적혀있는 것이 내가 하고 싶은 말"이라고 단답했다. 배터리 게이트와 관련해 애플은 배터리 교체 비용을 할인해주겠다는 대응에 나섰지만 할인된 금액 역시 애플이 수익을 남기기 위해 계산된 가격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소비자에게 보상 대신 배터리 판매 프로모션을 내세웠다는 반감이 더해지며 애플 집단소송 규모는 세계 각지에서 급격히 확대되는 양상이다.
국내 시장과 법률을 무시하는 태도도 유지되고 있다. 애플은 광고비를 이동통신사에 떠넘긴 혐의로 방송통신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다. 이번에 개점한 애플스토어에서 아이폰 개통업무를 맡겠다며 이통사에 대리점코드 발급을 요구했다. 대리점코드가 발급되면 아이폰 개통은 물론 회선 해지, 전산 조회, 수납 등의 기본적인 고객 서비스(CS) 업무도 담당해야 한다. 하지만 애플은 개통 외의 CS 업무는 맡지 않겠다고 이통3사에 통보했다.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대리점에서 휴대폰을 판매·개통할 경우 수익의 80% 이상이 판매 장려금과 회선 유지비용에서 나온다. 수익이 되는 업무는 가져가고 고객에게 제공해야 할 서비스는 이통사에 미루는 셈이다. 불공정 계약이지만 애플이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20%를 차지하기에 이통사들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방통위는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며 "역차별 또는 형평성 문제가 있는지 조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방문객으로 붐비는 애플스토어 내부 모습. /독자 제공
애플스토어를 오픈하며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을 위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애플코리아는 지난 25일 애플스토어 미디어데이를 열며 특정 매체들에게만 제한적으로 행사를 안내했다. 27일 역시 애플스토어 앞에 많은 취재진이 모였지만 사전에 발급된 것으로 보이는 '뱃지'를 지닌 매체만 애플스토어 출입이 가능했다. 일부 항의하는 기자들이 있었지만 애플 관계자들이 "뱃지가 없다면 (길) 건너편으로 가라. 통제에 따르라"고 말하며 밀쳐내는 모습도 연출됐다.
뱃지를 받지 못한 대다수 매체 기자들은 애플스토어 밖에서 사진을 촬영하며 방문객을 통해 애플스토어에 대해 들어야만 했다. 현행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서는 매체를 제한해 직무에 연관된 혜택을 제공하는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