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년 만의 3%대 성장(3.1%)이라는 '깜짝 실적'을 달성한 한국경제의 회복세는 미국 등 세계경제의 성장세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 미 경제는 지난해 내수와 수출이 모두 크게 개선되면서 성장세가 확대됐다. 일본·중국 등도 소비 및 수출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지속했다. 이에 우리 경제는 반도체 등을 중심으로 수출과 설비투자, 소비 등이 살아났다.
다만 지난해 4분기 한국경제는 9년 만 분기 역성장(-0.2%)을 기록하는 등 올 들어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4분기 실적에 대해 전분기 깜짝 성장(1.5%)에 따른 기저효과라고 분석했지만 일각에선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등으로 인해 우리 경제의 경기 회복세가 올해 약화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28일 한은이 발표한 '해외경제 포커스 최근 해외경제 동향'에 따르면 실제 미국발 보호무역주의는 올해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의 3%대 성장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이후 자유무역보다 공정무역을 강조하면서 미국의 대규모 무역적자 해소에 중점을 두고 있다. 주요 무역적자국에 대해 무역협정의 탈퇴 및 재협상을 선언하는가 하면 장기간 사용하지 않던 다양한 무역구제조치를 활용하여 무역제재를 추진하고 있다.
한은 조사국은 "지난해 트럼프 정부는 구체적인 무역제재를 실행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도 않는 등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비교적 온건했다"고 평가하며 "다만 올해 상당수 무역구제조치의 결정시한이 도래하고 오는 11월 중간선거 실시 등을 고려할 때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 기조는 한층 더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트럼프 정부는 최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등 방침을 밝히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역시 재협상 테이블에 올라 있다.
한은 조사국은 "TPP 탈퇴 후 미국은 양자 협상이 다자 협상보다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고 판단해 일본 등과 양자 FTA를 추진하고 있다"며 "NAFTA의 경우 폐기되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아직 우세하지만 미국이 예상보다 강경한 기조를 견지함에 따라 일부 투자은행들은 NAFTA 폐기 가능성을 상향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정부는 아울러 지난해부터 자국 산업 및 노동자 보호 등을 내세우며 불공정 무역 관련 조사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4월부터 철강, 알루미늄 등 수입이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지 조사해 왔으며 올 1분기 해당 조치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또한 지난해 미 국제무역위원회(ITC)는 태양광전지, 세탁기 수입 등에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를 발동하라고 권고했다. 이에 지난 22일 트럼프 대통령은 직접 세이프가드 발동을 최종 승인, 지난 2001년 이후 처음으로 실시됐다.
이 외 미국의 전체 무역적자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2016년 기준 47.3%에 달하면서 트럼프 정부는 지난해 중국의 덤핑, 보조금 지급, 지적재산권 침해 조사에 착수했다. 이 역시 올 상반기 중 조사 결과가 발표된다.
한은 조사국 관계자는 "미국발 보호무역주의는 수출 의존형 구조의 한국경제에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