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등급 회사채 시장에 봄 기운이 퍼질 전망이다.
올해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시장금리 상승 가능성이 커졌고, 지배구조 개편에 따른 자금 수요도 있어 발 빠른 기업들은 자금조달 작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룹 후광까지 등에 업은 발행사들은 기관투자가의 풍부한 수요까지 더해지고 있다.
30일 투자금융(IB)업계에 따르면 한솔제지(신용등급 A)와 LS전선(A+)은 각각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준비 중이다.
한화는 다음달 8일 3년 만기 회사채 1000억원어치를 발행할 계획이다. 차입금 상환 및 운영자금 확보를 위한 자금 조달이다. 기관을 상대로 한 수요예측(사전청약)은 31일다.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이 채권 발행실무를 맡는다.
A등급 가운데 한화케미칼, SKC, 효성, 한라홀딩스, 하이트진로, SK인천석유화학 등이 1분기 중에 1000억원 이상의 만기도래채권을 보유하고 있어 발행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지난 1월 회사채 발행시장의 문이 열렸다. 하지만 'AA'급 이상의 우량회사채 위주의 발행이 이뤄진 가운데 A급 회사채 발행은 한 건도 없었다.
시장에서는 A급 회사채도 흥행몰이에 성공할 것으로 기대한다.
연기금, 보험사 등 기관투자가의 채권 인수 경쟁이 치열하다. 투자처를 찾지 못한 기관 뭉칫돈이 채권시장에 몰리면서 권장가격(민간 채권평가회사 금리 평균)보다 높은 가격에 채권이 팔려 나가는 사례가 관측되고 있다.
이 때문에 적잖은 기업들이 민평금리 아래에서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보인다. 민평금리란 민간 채권평가사들이 평가한 회사채 금리 평균값이다. 크레딧 시장에서 민평금리는 새롭게 시장에 나오는 회사채의 '권장소비자가격'으로 생각하면 된다. 회사채 발행금리가 민평금리보다 낮았다는 것은 권장 가격보다 높은 가격을 쳐주고 채권을 인수한 투자자가 많았다는 얘기다.
기업들의 영업 성적도 좋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주요 기업 301곳의 영업이익 추정치는 총 222조7867억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영업이익 추정치(192조608억원)보다 15.9% 늘어난 수치다. 기업실적이 좋다는 것은 시장의 믿음도 그만큼 커진다는 얘기다.
경우에 따라서는 증액 발행도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한화에너지는 1500억원 발행에 6배가 넘는 수요가 몰려 2000억원으로 증액 발행했다. KT는 만기 3, 5, 10, 20년 초장기물 발행에 4.13대1 경쟁률을 기록했다.
미래에셋대우 이경록 연구원은 "업체들의 증액결정은 금리상승 기조가 예상됨에 따라 최대한 선조달을 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시장금리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 않아 A급 이하 고금리 채권 수요도 커질 것으로 분석한다. 그동안 자금조달 시점을 조율했던 기업들의 회사채 신규 발행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NH투자증권 임정민 연구원은 "1분기에 A등급 업체들의 회사채 만기가 적잖다"며 "우량 회사채에 대한 수요가 지속되는 가운데 A등급 이하 회사채에 대한 수요도 이어질 전망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