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장병화 서울시립대 초빙교수(전 한은 부총재), 김재천 전 주택금융공사 사장(전 한은 부총재보), 이광준 연세대 특임교수(전 한은 부총재보).
최근 올 상반기 한국은행 인사가 소폭 단행된 가운데 오는 3월 말 임기 만료를 앞둔 이주열 총재 이후 차기 한은 수장에 대해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국회 인사청문회 등 절차를 감안할 때 최소 한 달 가량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늦어도 2월 말에는 유력 후보군이 추려질 전망이다. 청와대는 현재로선 차기 한은 총재에 적합한 인물을 살피며 구체적인 언급은 피하고 있어 시장에선 하마평만 무성한 상황이다.
1월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총재는 전날 1급 7명, 2급 14명, 3급 18명, 4급 25명 등 총 64명의 승진 인사를 실시했다. 임기 만료를 두 달여 앞둔 이 총재가 단행한 마지막 인사로 조직의 안정적 운용을 위해 필요한 범위 내에서 최소한의 인사와 조직정비를 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국실장급 인사는 공석을 채우는 수준에 그치는 등 이 총재는 새 조직(기획협력국 내 차세대시스템개발단장 등) 신설에 따른 국·실장 보임 등을 단행했다.
한은 총재는 1년에 8번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통화정책방향을 논의한다. 총재의 입에 국내 통화정책의 향방이 결정된다. 특히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한은 총재의 통화정책 역량이 중요한 상황이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이 통화정책 정상화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신흥국 중앙은행들은 주요국 금리 인상에 따른 자금 유출을 막기 위해 잇따라 금리를 올리고 있어 한은으로선 정책을 펼치기 까다로운 환경이다. 국내적으로도 내수 활성화 및 한국경제 회복세, 가계부채 등을 감안해야 해 마냥 신흥국 처럼 금리를 올리기도 쉽지 않다.
특히 오는 2월 3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지명자가 신임 의장으로 취임함에 따라 한은 수장의 중요성은 더 커졌다. 현 재닛 옐런 미 연준 의장과 같은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로 꼽히는 제롬 의장이 연내 세 차례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한은도 금리를 최소 한 차례 이상 올리는 등 통화정책 역량이 우선적으로 요구된다.
이에 시장에선 한은 내부 상황에 정통한 한은 출신 인사가 차기 총재 자리에 앉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은 출신 후보군으론 전직 간부로 재직했던 장병화 서울시립대 초빙교수(전 한은 부총재), 김재천 전 주택금융공사 사장(전 한은 부총재보), 이광준 연세대 특임교수(전 한은 부총재보) 등이 거론된다.
다만 일각에선 한은 총재에는 내부 출신과 외부 출신이 번갈아 맡아온 전례가 있어 이번 차기 총재는 외부 인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지난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금융안정을 위한 논의가 이어지면서 국제협력 관련 이슈를 선점할 수 있는 국제금융 전문가를 후보군으로 제시한다. 여기에 한은의 국제사회 입지가 커졌다는 점에서 국제통화기금(IMF) 출신 인사 등이 거론된다.
시장 전문가는 "중앙은행 총재는 그 자체가 정책 방향에 대한 신호 역할을 한다"며 "국내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에 대한 의지를 시장에 각인시킬 수 있는 인물을 선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