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반기 중 법령 개정하면 2022학년도부터 약대 신입생 모집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교육대학교 에듀유웰센터 컨벤션홀에서 열린 약학대학 학제개편 공청회에서 하연섭 연세대 교수가 약대 학제개편 추진 방안 발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지금까지 약학대학에 입학하려면 일반 대학에서 2학년을 수료한 뒤 3학년으로 편입학하는 방법 뿐이었지만, 이르면 2022학년도부터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약대 신입생으로 입학할 수 있을 전망이다. 기존 편입학 제도가 자연계열 학생들을 '약대 낭인'으로 내모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약대 학제개편 방안이 나왔다.
교육부는 1일 오후 서울교육대 에듀웰센터 2층 컨벤션홀에서 약대 학제 개편 방안 공청회를 열고, 편입 방식인 '2+4년제'와 신입 방식인 '통합 6년제'의 약대 학생 선발 병행 체제 도입안을 공개했다. 대학들이 자율로 두 가지 신입생 선발방식을 선택해 운영하도록 하자는 내용이다.
약대 학제는 과거 수업연한 4년의 신입생 선발 방식에서 약사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지난 2006년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2009년부터 현행 수업연한 6년의 편입생 선발 방식으로 전환해 운영돼 왔다.
6년제 편입은 일반 대학에서 2학년을 마친 뒤 약대 3학년으로 진학하는 방식으로 이공계 학생들의 약대로의 이탈, 약대 입시를 위한 과도한 사교육비 발생 등의 문제가 제기되자 통합 6년제로 개편하자는 요구가 지속되어 왔다.
이번 공청회에서 발제를 맡은 연세대 행정학과 하연섭 교수는 '약대 학제 개편의 쟁점 분석과 방향 탐색' 주제의 발표를 통해 "매년 약대 신입생 1800여 명 중 화학, 생물계열이 1100여명을 차지하고 이런 현상이 10년 동안 지속될 경우 1만 명 이상의 기초과학 인력이 유출됨에 따른 이공계 등 기초학문 황폐화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하 교수는 "약대 편입생 중 2학년 이수 후 공백없이 바로 진학하는 학생 비율이 8.7%에 불과하고 2년 이상 경과 후 진학하는 학생이 66%에 이르는 등 약대편입을 위한 시간적, 경제적 손실이 심각하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현행 2+4년제와 통합 6년제를 병행하는 이유로는 통합 6년제 전환에 따른 정원조정의 어려움이 있는 대학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발제에 이어 이화여대 교육학과 한유경 교수의 진행으로, 성균관대 약학과 이의경 교수, 아주대 의대 임기영 교수, 이화여대 화학나노학과 김성진 교수 등 관련 전문가 6명의 패널이 지정토론을 벌였다.
약학계와 의학계 등 대다수 토론자들은 통합6년제 신규 도입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을 냈지만, 기존 2+4년제와 통합6년제를 병행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김성진 이화여대 화학나노과학과 교수는 "현 제도하에서 매년 약대 편입정원의 10배 정도인 1만5000명 정도의 이공계 학생들이 정상적인 대학생활을 포기한 채 사설학원을 전전하면서 2년 이상씩 PEET시험에 매달리고 있다"면서 "늦었지만 대학들이 현행 2+4년제와 통합6년제를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나온것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고 찬성의견을 냈다.
이의경 성균관대 약학대학 교수는 "현행 2+4년제는 학생의 진로 선택 기회의 확대 등 선택권 보장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이로 인해 치러야할 사회적 비용이 매우 큰 문제가 있다"면서도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하자는 취지의 병행 체제의 경우는 2개 학제로 인한 혼란이 예상되고 학제에 따른 학업 수준 편차 등의 문제가 우려되는 만큼 통합6년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임기영 아주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발제자가 제안한 대학별 자율선택안은 과도기의 혼란을 최소화하고 통합 6년제를 연착률시키기 위해 한시적으로 운영할 수는 있다고 본다"면서 "장기적으로 보면 통합 6년제로 가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했다.
이번 안은 KEDI 서인영 박사의 정책연구와 정책자문위원회 논의를 통해 마련된 것으로, 교육부는 이번 안에 대한 공청회 의견 수렴 결과를 종합 고려해 약대 학제개편 추진 방안을 확정한 뒤 상반기 중 법령 개정 등의 후속조치를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