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현지인들이 중국 상하이 빠바이반 백화점 '후' 매장에서 제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LG생활건강
지난해 중국의 사드 여파가 K뷰티 산업의 치명적인 불이익을 미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시장에 집중한 기업이 위기 속에서도 돋보이는 성과를 달성해 눈길을 끈다.
◆LG·애경·신세계 中 '올인'
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LG생활건강과 애경산업, 신세계인터내셔날 등은 사드 보복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중국 집중 사업을 통해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실적을 내놨다.
대표적으로 LG생활건강은 지난해 화장품 사업에서 '후', '숨' 등 럭셔리(Luxury) 중심의 차별화된 전략과 중국을 비롯한 해외사업의 호조로 또 한번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3월 이후 관광객 수 급감과 화학제품 사용에 대한 우려 등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매출,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모두 안정적으로 성장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LG생활건강의 화장품 사업 매출은 3조 3111억원, 영업이익은 6361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4.9%, 10.0% 증가했다. 럭셔리 화장품의 고성장으로 영업이익률이 18.3%에서 19.2%로 전년대비 0.9% 포인트 개선됐다.
특히 지난해 '후'는 2016년에 이어 2년 연속 1조 매출을 돌파, 1조4000억원의 성과를 기록했다. 국내는 물론 중국,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지속 성장한 결과다. 포스트 브랜드 '숨'은 38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숨'은 2016년 4월 말 중국에 진출한 이래 상하이, 난징, 베이징 등 주요 도시의 최고급 백화점에 빠르게 브랜드를 확산, 진출 2년이 채 되지 않은 현재 70개 매장을 오픈했다. 싱가포르, 베트남, 대만 등 으로도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후'와 '숨'은 중국에서 현지 고객들의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며 매출이 전년대비 34% 증가했다. '오휘', 'VDL'은 지난해 10월 항주에 이어 12월 상해지역 백화점에 추가 입점했다.
애경산업의 경우 지난해 3월 사드 보복이 본격화 된 이후인 11월에 중국에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AGE 20's'(에이지투웨니스),'LUNA'(루나) 등의 화장품 브랜드를 주력으로 중국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겠다는 목표였다.
그 결과 지난해 애경산업은 중국 내 화장품 판매액 1000억원을 달성했다. 앞서 애경산업의 중국 매출증가율은 2015년 42%, 2016년 112%로 매우 높은 성장을 보였다. 현재 애경산업의 화장품 브랜드는 중국 내 홈쇼핑, 온라인 등에서 판매되고 있다.
2012년 '비디비치'를 인수하며 화장품 사업에 뛰어든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해 화장품 사업에서 매출 627억원, 영업이익 57억원을 달성하며 화장품 사업을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했다.
흑자전환을 이끈 건 면세점 사업이다. 2016년 28억원에 불과했던 면세점 매출은 지난해 154억원으로 급증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면세점 매출이 증가한 건 중국 시장을 겨냥한 모델과 상품 전략이 적중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모레퍼시픽 "미주·유럽도 투자"
반면 장기적인 사업 계획을 진행중인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중국 외에도 아시아, 미주, 유럽 등 글로벌 시장을 적극적으로 넓혀온 결과 비교적 부진한 실적을 내놨다.
주요 뷰티계열사 실적을 살펴보면 아모레퍼시픽의 매출(5조 1238억원)이 9% 감소했고 영업이익(5964억원)은 30% 줄었다.
이 중 해외사업은 아시아 매출을 제외하면 다 적자를 모면하지 못했다. 전년동기 대비 아시아 매출(1조 7319억원)은 10% 성장했지만 북미 매출(529억원)은 1% 감소했고 유럽 매출(357억원)은 47%나 줄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미국 세포라 매장에 라네즈를 론칭하고 이니스프리 플래그십 스토어 1호점을 오픈하는 등 성장 기반을 강화했다. 또 프랑스 파리의 대표 백화점 갤러리 라파예트에 설화수를 국내 브랜드 최초로 입점시켰다.
한편 아모레퍼시픽은 올해도 해외 시장 진출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에뛰드하우스가 2월 쿠웨이트, 3월 두바이에 첫 매장을 오픈하며 중동시장 공략에 시동을 건다. 3월에는 라네즈가 호주 세포라에 입점하며, 마몽드는 미국 뷰티 전문점 ULTA에 1분기 입점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줄어들면서 면세 채널은 물론 주요 관광 상권 내 로드샵 매출이 다 부진했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현지 시장 확장, 개별관광객을 위한 면세점 제품 입점 등 중국시장에 집중한 결과 시장의 우려를 악화시키는 실적을 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