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세가인처럼 예쁜 미녀와 보기 드문 추녀가 함께 어느 마을을 찾아갔다. 해는 저물고 날이 어두워 졌으므로 묵을 곳이 필요해서 어느 집의 대문을 두들겼다. 집주인이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보니 눈이 부실 정도의 미녀가 있는 것 아닌가. 주인이 궁금해서 누구냐고 물어보자 여인은 "저는 행복을 몰고 다니는 사람입니다" 라고 말한다. 주인은 어서 오시라는 듯 집안으로 맞아들였다. 조금 뒤에 다시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주인이 또 나가보니 이번에는 추녀가 서 있었다. 누구냐고 물어보니 이번에는 "저는 불행을 몰고 다니는 사람입니다" 라고 말했다. 주인은 그 말을 듣고는 당장 쫓아냈다. 쫓겨난 추녀는 "먼저 들어간 여자는 제 언니인데 우리는 항상 같이 다닙니다. 제가 쫓겨나면 언니도 함께 이 집을 떠납니다" 했다. 행복과 불행이라는 이름의 자매는 곧 그 집을 떠나 버렸다. 불교 경전 중의 하나인 아함경에 나오는 재미있는 우화이다. 아함경의 이야기는 인생에서 벌어지는 일들의 한쪽만 보고 있는 사람들에게 깨달음을 준다. 어떤 일이 생겼을 때 사람들은 좋은 일 아니면 나쁜 일로 단순하게 분별을 한다. 벌어진 일의 한쪽만 보기 때문에 생기는 일들이다. 아함경은 그런 사람들에게 또 다른 면을 보아야 한다는 걸 깨우쳐 준다. 소년등과라는 게 있다. 어린나이에 장원 급제하고 높은 벼슬에 오르는 것을 말한다. 이는 좋은 일일까 나쁜 일일까. 일반적으로는 아주 좋은 일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소년등과는 살면서 꼭 피해야 할 일에 꼽힌다. 빠른 출세가 사람을 교만하게 만들고 품성을 망가뜨리기 때문에 그렇다. 결국 중년이 되면서부터 액운을 불러오게 된다. 인생 전체로 보면 좋은 일이 아니라 아주 나쁜 일로 변해버린다. 이렇게 세상의 일이란 모두 양면성이 있다. 아함경은 어떤 일이 생겼을 때 무조건 기뻐하거나 슬퍼하지 말라고 한다. 살아가다보면 좋은 일도 생길 때도 있고 나쁜 일도 생길 때도 당연히 있다. 그런 일들을 길게 보면 좋은 일이 나쁜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고 슬픈 일이 뜻밖에 기쁨을 불러오기도 한다. 그러니 어느 한쪽의 눈으로만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 아함경의 말처럼 행복과 불행은 떨어질 수 없다. 사는 동안 항상 함께 찾아온다. 산다는 것은 행복과 불행을 헤치며 가는 것이다. 행복은 씨줄이 되고 불행은 날줄이 되어 쉴 새 없이 교차한다. 그렇게 엇갈리며 한 사람의 인생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 큰일이 벌어졌을 때 멀리 떨어져서 보는 습관을 들이면 대처하기 유용하다. 어떤 일이든 이쪽과 저쪽을 함께 보는 눈을 기를 필요가 있다./김상회역학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