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가상화폐(암호화폐)인 비트코인 가격이 한때 900만원선도 붕괴됐다. 투자자들이 공포 심리에 투매에 나서는 전형적인 '패닉셀' 현상이 나타나면서 이번에는 한국이 글로벌 시장보다 시세가 낮은 '역(逆) 김치프리미엄' 현상까지 나타났다.
비트코인 가격이 고점 대비 60%가 넘게 하락했지만 과거 조정기에 하락폭이 75%까지 확대됐음을 감안하면 추가 하락도 가능한 상황이다.
4일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2일 오후 850만원선까지 하락했다. 1000만원 밑으로 내려간 것은 비트코인 열풍이 불기 시작한 지난해 11월 25일 이후 처음이다.
지난달 6일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 2588만4000원과 비교하면 67% 폭락하면서 이제는 한국의 가상화폐 시세가 해외보다 높았던 '김치 프리미엄'이 아니라 오히려 낮은 '역 김치프리미엄'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리플이나 이더리움 등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가상화폐) 가격도 일제히 큰 폭으로 떨어졌다.
해외 송금에서의 장점이 부각되면서 4500원 선까지 올랐던 리플은 1000원선이, 지난달 200만원을 돌파했던 이더리움 역시 100만원선이 깨졌다.
악재는 안팎에서 모두 불거졌다.
국내에서는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가 본격 시행됐으며, 은행들이 신규 계좌 발급을 꺼리면서 신규 투자금의 유입도 여의치 않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사기 혐의를 받는 신규가상화폐공개(ICO)에서 투자자들로부터 받은 자산을 동결하면서 추가 ICO를 금지했다. 이와 함께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가상화폐 거래소 비트파이넥스와 가상화폐 업체 테더에 대한 가격조작 의혹으로 조사에 들어간 상황이다.
문제는 가격 하락세가 이어질 지다. 비트코인 기준으로 과거 고점 대비 75% 하락했음을 감안하면 추가 하락 여지는 남아있다. 75% 하락 수준은 650만원 안팎이다.
송치호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2013~2014년 대조정기에서부터 지금의 상승장까지 적게는 -30% 많게는 -75%가량의 깊은 하락이 발생한 적이 있다"며 "만일 비트코인이 장기적으로 화폐가 된다고 하더라도 무조건적이고, 조정없는 상승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