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20개사 운용사별 헤지펀드 현황자료=NH투자증권
헤지펀드는 14조원 규모의 시중자금을 빨아들이며 자금 블랙홀이 됐다. 초저금리 시대에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한 기관과 초고액자산가의 자금이 몰리고 있어서다. 그러나 트렉레코드(운용성과)가 쌓이면서 한국형 헤지펀드의 부익부빈익빈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5일 NH투자증권과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한국형 헤지펀드 설정액은 13조 948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말보다 1조5000억원이 늘었다.
개별 헤지펀드 설정액은 NH앱솔르투와 '삼성 다빈치 1호'의 설정액이 각각 4524억원, 4046억원으로 덩치가 가장 크다.
전문가들은 국내 주식형펀드 인기가 시들해진 가운데 헤지펀드가 대안 투자처를 찾는 고액 자산가들의 선택을 받았다고 설명한다.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펀드에서는 올해 1417억원이 이탈했다. 최근 3개월 사이에는 4조4474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헤지펀드 투자 수요가 늘어나면서 신생 운용사도 우후죽순 등장해 헤지펀드 운용사 수는 115개까지 늘어났다.
교보증권의 독보적인 행보도 이어지고 있다. 교보증권 헤지펀드 96개의 순자산 총액(설정액+운용이익)은 지난달 말 기준 1조6773억원으로 업계 1위다.
여기에 2015년 10월 25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도입되면서 진입 문턱이 낮아진 것도 주효했다. 헤지펀드 운용 요건이 자기자본 60억원에서 20억원으로 완화됐고, 투자 최소금액도 1억원으로 하향 조정됐다. 이 결과 시장에 새로 뛰어든 헤지펀드 운용사가 크게 늘고 자산가들의 투자도 증가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트렉레코드가 쌓이는 만큼 한국형 헤지펀드의 부익부빈익빈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면서 "한국형 헤지펀드가 퀀텀점프를 하려면 기관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또 규제 일변도의 정책 패러다임 변화도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의 미적미적한 태도도 헤지펀드에는 아픈 부분이다. 국민연금이 지난해 말부터 참여를 했지만 아직 업계가 만족할 만한 투자는 없는 게 현실이다. 국민연금 투자 방식을 참고하는 다른 연기금과 공제회 등도 사정은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