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재판에서는 묵시적·포괄적 청탁에 대한 법원 판단이 1심과 달라졌다.
특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순실씨에게 승마지원 등 뇌물을 제공하고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특혜를 받았다고 주장해왔다. 독대를 통해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 뇌물 합의와 부정한 청탁이 오갔다는 시각이었다.
1심 재판부는 특검이 주장한 삼성물산 합병, 삼성SDI 처분 주식 산정, 삼성생명 금융지주 전환 시도 등 개별 현안에 대한 부정한 청탁은 없었다면 서도 묵시적·포괄적 청탁은 인정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건희 삼성 회장을 대신해 그룹 경영권을 승계할 것이며 이를 이 부회장이 직접 말하지 않더라도 박 전 대통령과 청와대 측이 알 수 있었던 만큼 승계 작업이라는 묵시적·포괄적 청탁이 인정된다는 논리였다.
즉, 이 부회장이 삼성 총수가 될 것을 청와대가 알았고, 이 부회장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승계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사실을 인지해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식의 합의가 이뤄졌다는 판단이다.
2심 재판부는 1심의 이러한 판단을 뒤집었다. 2심 재판부는 "원심은 개별 현안에 대한 부정청탁을 인정하지 않았다"며 "본 재판부 역시 명시적으로도 묵시적으로도 인정할 수 없다"고 1심 판결을 언급했다. 이어 "원심에서는 포괄적 현안은 이재용의 승계 지배력 확대가 중요했고 개별 현안이 이와 관련 있다고 판단했다"며 "본 재판부는 원심 판단을 받아들일 수 없다. 개별 현안 자체가 승계를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직간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현안도 있지만 이는 사후적으로 그 효과가 확인될 뿐, 특검의 주장과 같이 승계 작업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심에서는 삼성 미래전략실 직원들이 이 사건에 적극 관여한 점을 승계 작업의 근거로 삼았지만 이를 인정할 수 없다"며 "원심의 판단은 잘못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를 전제로 박근혜전 대통령이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를 포괄적 현안으로 인지했다고도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검은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에 승계라는 현안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고 주장한 바 있다. 1심에서는 2014년 9월 14일, 2015년 7월 25일, 2016년 2월 15일 등 총 세 차례에 걸쳐 이뤄진 독대에서 이러한 합의를 했다는 주장을 펼쳤지만 개별 현안에 대한 청탁이 인정되지 않자 '0차 독대'가 있었다는 방향으로 주장을 바꿨다. 2014년 9월 12일 청와대 안가에서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독대를 갖고 합의한 만큼 1~3차 독대에서 별도의 합의를 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2심 재판부는 "2014년 9월 12일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 안가에 있었던 것은 인정된다"면서도 "독대 관련 주요 일지는 사후에 작성됐고 두산·포스코 독대 관련 내용을 보면 문건의 사실 여부도 불명확하다. 이재용이 안가에 왔다고 확인되지 않았으며 (독대가 있었더라도)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확인할 수 없다"며 0차 독대를 인정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