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개막하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과 방남하는 북한의 김영남 상임위원장의 만남이 성사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북한 헌법상 행정 수반인 김 상임위원장은 지금까지 남한을 찾은 북한 인사 중 최고위급이자 현재 시점에서 실질적으로 내려올 수 있는 가장 고위급 인사로 평가받는다. 이에 따라 방남 기간 중 문 대통령과 공식적으로 얼굴을 마주하게 될 경우 향후 남·북한 관계 발전에 획기적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자격으로 방한한 루이스 알베르토 모레노 미주개발은행(IDB) 총재를 5일 오전 청와대에서 접견한 뒤, 저녁엔 강원도 강릉에서 열린 IOC 총회 개회식에 참석하는 것으로 '평창 외교전'에 본격 돌입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김영남 상임위원장의 평창 동계올림픽 방문을 환영한다"면서 "김 상임위원장 방문은 남북관계 개선과 올림픽 성공에 대한 북한의 의지가 반영됐고 북한이 진지하고 성의 있는 자세를 보였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대변인은 "(문 대통령과)다양한 소통의 기회를 준비해나가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며 "어젯밤(4일) 늦게 통보받았고, 오늘 대통령을 비롯한 실무진들이 어떤 수위에서 어떤 내용을 갖고 만날 것인지 현재 논의 중이어서 확정되는 대로 발표하겠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전날 밤 우리 측에 통지문을 보내 김 상임위원장을 단장으로 하고 단원 3명, 지원 인원 18명으로 구성된 고위급 대표단이 9∼11일 우리측 지역을 방문할 계획임을 알려왔다.
문 대통령은 또 이날 모레노 IDB 총재를 만난 자리에서 "IOC가 북한이 평창올림픽에 참여하도록 길을 열어주고, 단일팀 구성을 허용했다"면서 "덕분에 평창올림픽은 흥행에서도 성공할 것이고, 남북 관계개선과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서도 좋은 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남미의 경제대통령'으로도 불리는 모레노 총재는 평창에서 열리는 IOC 총회와 동계 올림픽 참관을 위해 우리나라를 찾았다.
모레노 총재는 문 대통령에게 "한국은 탁월한 교육체계를 보유하고 있고 유능한 젊은이들이 많다"면서 "이 젊은이들이 중남미에서 경험을 쌓고 성장한다면 글로벌한 인재로 활약할 수 있을 것이고, 특히 미국엔 히스패닉계가 많은 만큼 미국도 (한국 젊은이들의)활동무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평창올림픽이 올림픽 사상 가장 빛나는 대회로 기록될 수 있도록 모레노 총재의 관심과 지지를 부탁드린다"고 화답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하면서 미소를 짓고 있다. /뉴시스
이날 저녁 문 대통령은 김정숙 여사와 함께 강릉 아트센터에서 열린 '제 132차 IOC 총회 개회식'에 참석해 올림픽 개최국의 대통령으로서 숨가쁜 일정에 들어갔다.
문 대통령 내외는 총회 개회식에 앞서 강릉 세인트존스 경포호텔에서 열린 '올림픽 개최국 정상에 대한 IOC 위원 소개 행사'에 참석,동계올림픽과 IOC 총회 참석을 위해 한국을 찾은 IOC 위원들을 일일이 소개받으며 따뜻한 환영인사를 전달하기도 했다.
뒤이어 치러진 총회 개회식에는 IOC 위원, 국제스포츠연맹(IF) 및 차기 올림픽조직위원회 관계자 등 IOC 초청 인사들과 함께 국내에서 초청된 인사 등 800여명이 참석해 한반도에서 처음 열리는 동계올림픽의 성공을 기원했다.
IOC 총회는 매년 정기적으로 열리는 IOC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올림픽이 있는 해에는 올림픽 개최국에서 총회도 함께 열린다. 또 총회 개회식엔 개최국 국가 정상이 참석해 IOC 총회의 개최를 축하하는 것이 관례다.
문 대통령은 개회식 축사에서 "이번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만들기 위한 대한민국의 노력에 두터운 신뢰와 지지를 보내준 바흐 위원장을 비롯한 IOC에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면서 "평화를 향한 평창의 도전과 성공을 통해 전 세계가 올림픽 정신의 위대한 가치를 느끼게 될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평창올림픽의 성공이 2020년 도쿄 하계올림픽으로,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으로 이어져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발전, 더 나아가 인류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한다면 올림픽 역사에게 가장 의미 있는 '올림픽 유산'이 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일본과 중국, 아시아의 모든 나라와 노력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