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제대로 분석을 하는 것인가?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힌 기분이라며 화풀이를 하는 개미(개인투자자)가 많다. 지금이라도 던저야 할 지, 버텨야할 지를 궁금해한다."
6일 전세계 금융시장이 파랗게 질렸다. 미국 유럽 등의 증시에서는 '플래시 크래시(flash crash)' 현상이 보이고 했다. 국내 증시도 파랗게 질렸다. 코스피는 1.54% 하락한 2453.31에 마감했다. 코스닥은 낙폭을 회복 0.01% 하락한 858.17에 거래를 마감헸지만, 장중 한때 5% 넘게 급락하며 지옥과 천당을 오갔다.
증시 장 중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면서 증권사 영업장에는 전화벨 소리에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다. "사라고 할 때는 언제고 내 돈 어떻게 할거냐…. 버틸만 한가?" 책임지라는 전화부터 보유하고 있는 주식과 펀드를 지금이라도 팔아 차익 실현(또는 손절매)해야 하느냐는 문의 전화까지 다양했다.
주요 증권 관랸 인터넷 사이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항의 글과 하소연으로 채워졌다. 일각에서는 미국발(금리 인상 우려) '퍼펙트 스톰'에 전세계 금융시장이 좌초하는 것 아니냐는 섣부른 우려까지 나왔다. 퍼펙트 스톰은 뉴욕대 누리엘 루비니 교수가 세계경제의 미래를 예언하며 쓴 뒤 '공포의 경제'를 빗댄 상징이 됐다.
◆"지켜보자, 좀 더 지켜 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다"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A증권 영업점에서 만난 김 모씨(51·남). 그의 눈은 전광판을 향했지만 머릿속은 미국의 금리 이상 뉴스로 꽉찼다.
세간의 걱정에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그렇게 빨리는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는 김씨는 "분위기를 직접 느껴보고, 투자나 이익 실현 여부를 결정하려고 증권사를 방문했다"고 말했다.
인근 B증권 영업점도 삼삼오오 고객들이 모여 미국의 경기와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 등 증시에 미칠 영향을 두고 갑론을박했다. 한 고객은 "국채금리 상승속도가 빨라진 지난주부터 객장에 사람이 조금 늘었다. 남의 나라 정책만 바라보고 있어 답답해 한다"고 귀띔했다.
포털 사이트에 아이디 'ssjo****'는 "지난주만해도 3000간다던 증권사 ○○○들 전부해고해라. 미아리 점쟁이에게 묻는게 낫겠다", 아이디 'word****'는 "미국금리가 한국금리 추월해봐 그땐 진짜 국내증시 개판날꺼야 이제 시작인듯 3월 미국금리가 국내금리 추월할꺼니까"라며 불만과 걱정을 토로했다. 반면 'spru****'는 "여윳돈으로 산 사람들은 기다리면 된다. 지금 외인 기관들은 사고 있고 반대매매 두려운 개인들만 팔고 있다"며 장기 정석투자하라는 조언도 이어졌다.
하지만 오후에 찾은 영업장은 달랐다. 코스피가 낙폭을 줄였고, 추락하던 코스닥은 플러스로 돌아선 탓이다. 박 모씨(60세)는 "오전만 해도 저승사자가 부르는 것 같았다. 오후들어 수익률을 회복해 다행이다. 하지만 발 뻗고 자기는 틀렸다"면서 주식 매도 타이밍을 놓고 고민하는 눈치였다.
증권가도 부랴부랴 미국의 증시 폭락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 세운다.
NH투자증권 강현철 연구원은 "금리 급등으로 채권시장의 변동성이 커졌다"면서 "물가와 금리 상승은 금융환경이 리플레이션(Reflation·디플레이션은 벗어났으나 인플레이션에는 이르지 않은 상태)에서 인플레이션으로 넘어가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관건은 경기"라면서 "설비투자를 중심으로 한 경기 회복이 전제된다면 주식 등 위험자산은 단기 조정 이후 재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금리 인상 사이클과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모든 자산이 다 같이 한 방향으로 오르는 금융 장세는 일단락된 것으로 보인다"며 "큰 그림에서 보면 증시는 상승하겠지만, 단기적으로 진폭이 잦은 실적 장세를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외환 시장 팽팽한 긴장감의 연속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당 원화값은 전날보다 3.0원 상승한 1091.5원에 마감했다. 금융권의 외환 딜링룸도 하루 종일 팽팽한 긴장감이 돌았다.
'기러기 아빠'인 은행원 이 모씨(54)는 걱정이 태산 같다. 그는 아내와 초등학생·중학생 자녀는 미국 시카고에서 생활하고 있다. 빠듯한 살림살이에 걱정이 하나 더 늘까 걱정이다. 장기적으로 트럼프노믹스에 달러가 약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있지만,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고 횟수가 늘면 사정이 달라질 수 있어서다.
한편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미국 증시 급락에 대해 "국내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 유심히 지켜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