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주석하고 있는 작은 절 월광사에서 일 년에 몇 번 철야기도를 하는 적이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시월상달부터 드는 경술일에 올리는 경술기도다. 신도님이 참석하면 참석하는 대로 아니면 필자 혼자서 조용히 촛불을 키고 향을 사루어 기도를 올리기도 하는데, 신도 분들께 기도라는 명목으로 부담을 주고 싶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기도의 공덕과 가피라는 것도 다 인연 따라 가는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2018년 1월 경술기도 때의 일이다. 필자와 인연을 맺은 지는 한 이 년쯤 되는데, 상담 후 한 달에 한 번 개최되는 일요법회에 서너 번은 참석했던 분이 있다. 그런데 예상치 못했던 그 사람이 경술기도일에 나타난 것이다. 작년 하반기 법회에서 필자가 2017 정유년 음력 10월이 들어선 후의 경술기도는 대인관계에 장애가 많은 분들은 참석하면 좋을 것이라는 취지의 말을 했었던 것을 기억하고 왔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 기도 때는 참석자가 그리 많지 않아서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기도를 하게 되었고 매우 진지하게 기도에 임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기도가 끝난 후 차가 끊어지기 전에 간다며 자리를 떴었는데 그 이후, 그는 계속해서 일요법회에 참석하고 있다. 우연인지는 몰라도 몹시 힘든 인간관계가 있었는데 경술기도에 참석한 후 신기하게도 해결이 되었다 하며 마음에 힘들던 일이 해결되니 너무 감사해서 되도록 이면 일요법회나 기도 때는 참여하고 싶다며 떡 공양까지 올렸다. 일 년 전, 새로 부임해온 지점장과 너무나 맞지 않아서 퇴직까지도 고민했던 것인데 경술기도 후 예정에도 없던 인사발령이 있었단다. 그렇게도 본인을 포함하여 주변사람을 괴롭히던 지점장이 좌천되어 지방 지점으로 전근되었다는 것이다. 그 지점장은 새로 발령이 나려면 최소 1~2년은 더 있어야 했다. 승진도 확실시되는 경우라서 자신의 향후 직장생활은 비젼이 있을 것이었는데 대인관계의 문제에서 일이 틀어지는 것이다. 게다가 사이가 좋지 않은 지점장과 아삼육이던 부행장급 임원의 비리문제가 적발되면서 부행장은 옷을 벗었고 그 지점장은 좌천됐으니 앞으로 자신에게는 장애가 될 일은 없을 것 같아 근심이 덜해졌다는 것이다. 어려웠던 자신은 풀려가지만 전도양양하던 상대가 생각지도 않게 일이 틀어지니 인생을 새삼 생각하게 만들었단다. 그래서 자신 역시 정도를 걷는 직장생활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느꼈으며 평소 감사하고 겸손한 마음을 잃지 않기 위해 원장님 말씀처럼 기도를 통한 하심을 닦겠다 한다. 이럴 때 필자가 느끼는 감사와 보람 역시 매우 크다. 기도할 수 있다는 것, 감사한 일이다. 어려움을 당했을 때 포기하지 않고 절망하지 않으며 기도의 힘을 믿는 것,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김상회역학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