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자유의 몸이 되면서 삼성그룹 금융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 인사 단행이 예상되고 있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10월부터 삼성전자 외 삼성물산 등 계열사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지만 보험·카드 등 금융계열사 인사는 미뤄왔다. 앞서 삼성그룹 인사에서 '세대교체' 및 '성과주의' 원칙에 따른 인선이 이뤄져 금융계열사 인사 역시 같은 기준이 적용될 전망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8일, 삼성증권은 9일 각각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CEO 인선에 착수한다.
삼성생명 등 4개 삼성그룹 금융계열사는 내달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때문에 각 사는 주총 전 임추위를 구성하고 대표이사 후보를 추천함은 물론 이사회 결의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이사회를 통한 주총 안건 확정과 해외 주주 등 위임장 임명 등 일정을 고려할 때 통상 한 달 전에는 새로운 대표이사를 선임해야 한다. 이에 따라 다음주 늦어도 설 명절까진 인사가 이뤄지도록 각 사가 CEO 인선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왼쪽부터), 안민수 삼성화재 사장,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
◆'세대교체' 전망에 사의 표명
김창수 삼성생명 대표이사 사장과 안민수 삼성화재 사장은 지난해 연임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두 사장 모두 오는 2020년까지 임기가 상당 기간 남아 있다.
지난해 실적도 나쁘지 않다. 이날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지난해 1조2925억원으로 전년 2조2185억원 대비 당기순이익이 39.9% 감소했다. 그러나 지난 2016년 삼성생명의 순익에 일회성 이익이 포함돼 이를 제외한 실질 순익은 9361억원으로 사실상 순익 증가세를 시현했다. 삼성화재는 지난 2015년 7827억원, 2016년 8409억원, 2017년 9202억원으로 3년 연속 순이익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난해의 경우 전년 대비 11.6% 순익이 증가했다.
다만 앞선 삼성그룹 인사에서 '60대 CEO 퇴진룰(rule)'이 적용되면서 업계에선 각 사의 세대교체 전망이 나왔다. 김 사장과 안 사장은 각각 1955년, 1956년생으로 모두 60대다. 실제 각 사 사장은 이미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그룹이 최근 인사에서 60대에서 50대로의 세대교체에 따른 분위기 쇄신을 강조하면서 금융계열사 60대 CEO들의 자리가 불안한 것은 사실"이라며 "두 사장 모두 지난해 호실적을 기록했지만 교체가 기정사실화됐다"고 전했다.
◆미전실 출신 새 CEO 선임 가능성도
윤용암 삼성증권 대표이사 사장은 1956년생으로 마찬가지 '60대 퇴진론'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 지난 2014년 12월 취임하면서 3년 임기 역시 내달로 만료된다. 윤 사장 역시 이미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증권의 경우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715억원으로 전년 1742억원 대비 55.8%나 급증했다. 영업이익 역시 3600억원으로 전년 2116억원 대비 70.1%나 늘었다. 호실적에도 불구 분위기 쇄신에 따른 세대교체로 새 CEO 취임이 전망된다.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은 1960년생으로 4개 금융계열사 중 유일한 50대다. 지난 2013년 12월 삼성카드 사장으로 취임했다.
지난해에는 연임에도 성공하는 등 실적도 좋다. 지난해 삼성카드 당기순이익은 3867억원으로 전년 3494억원 대비 10.7%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5055억원, 매출액은 3조8999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17.3%, 1.6%씩 올랐다.
한편 현재 해체된, 과거 삼성그룹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 출신 임원들이 이번 삼성 금융계열사 CEO로 새롭게 발탁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해체 당시 미전실 보직 임원들은 전원 사표를 제출했는데 그 중 일부는 지난해 연말 삼성전자 및 계열사 임원 인사에서 복귀했다"며 "이번 삼성 금융계열사에서도 미전실 출신 임원들이 복귀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