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오병관 NH농협손보 대표이사, (오른쪽)서기봉 NH농협생명 대표.
NH농협금융이 지난해 순익 1조원을 돌파하는 등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보험 자회사인 농협손보와 생명은 멋쩍은 웃음을 짓고 있다. 각 사 모두 순익을 시현했지만 전년보단 크게 감소한 실적으로 농협금융의 호조세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최근 새롭게 선임된 오병관 농협손보 대표이사와 지난해 12월 연임한 서기봉 농협생명 대표의 올 한해 경영성과가 농협금융 성장세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농협금융은 전년 3210억원 대비 무려 167.9%나 증가한 859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지난 2012년 지주 출범 이후 최대 실적이다.
농협금융은 농협중앙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협동조합 금융기관으로 농업인 관련 사업을 직·간적접으로 지원하고 있다. 농협금융이 농업인 지원을 위해 농협중앙회에 납부하는 농업지원사업비를 포함한 실적(순익)은 1조원을 훌쩍 넘는 1조1272억원으로 집계됐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농업지원사업비 부담 전 당기순이익이 1조원을 초과했다는 것은 향후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농협금융의 실적 개선은 주력 자회사인 은행과 증권이 주도했다. 두 사의 당기순이익은 각각 전년 대비 486.9%, 48.3% 증가한 6521억원, 3501억원으로 모두 역대 최고 실적을 거뒀다. 농업지원사업비 부담 전 당기순이익은 각각 8715억원, 3637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농협손보와 농협생명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지난해 농협손보와 생명은 각각 265억원, 85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했다. 전년과 비교해 각 사 모두 24.9%, 44.7% 감소한 실적을 나타냈다.
문제는 지난해 국내 보험사들이 '역대급' 성과를 냈다는 점이다. 지난해 국내 보험사 순익은 전년 대비 33% 증가한 7조8323억원을 기록했다. 생보사의 경우 같은 기간 63% 늘어난 3조9543억원, 손보사는 12% 증가한 3조3780억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은 최근 주주 배당 등 실적 잔치에 나섰지만 농협손보와 생명은 기대 밖 성적으로 조용한 모습이다.
당장 농협손보의 경우 농협 네트워크 중심의 방카슈랑스 의존도가 크고 총자산 역시 10조원을 넘지 못하는 등 '농협' 이름값 대비 업계 경쟁에서 후순위에 밀려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지난해 10월 기준 농협손보의 자산규모는 9조5088억원으로 업계 9위에 그친다. 최근 들어 보장성·일반보험 등 영업을 강화하며 기존 정책성보험 판매에서 상품구성을 다양화하는 모양새지만 시장 환경이 녹록치 않다.
오병관 농협손보 대표이사는 지난해 말 새롭게 취임하며 "지역 농축협을 근간으로 대면 채널 및 다이렉트 채널 등 채널별 다변화를 시도할 것"이라며 "보장성보험과 일반보험 중심의 판매 강화는 물론 수익 중심의 자산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경쟁력 있는 회사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농협생명은 그간 저축성보험 판매에 의존하여 성장해온 만큼 지난해부터 보장성보험 강화를 통해 체질변화에 나서고 있다. 서기봉 농협생명 대표는 지난해 12월 임원추천위윈회에서 보장성보험 중심의 사업구조 개편 등 체질 개선에 힘쓴 점을 인정받아 1년 연임을 확정 짓기도 했다. 다만 총자산이익률(ROA)이 낮은 등 수익성 확대 고민이 대두된다. 지난해 3분기 농협생명의 ROA는 0.2%로 상위 10개사 평균 0.7% 대비 0.5%포인트 낮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농협금융 보험 자회사의 자리가 위태롭다"며 "올 한해 뚜렷한 경영실적을 내기 위한 각 사 최고경영자(CEO)의 고민이 깊어진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