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금융그룹과 은행들이 올해도 '돈(이자수익) 잔치'를 이어갈 전망이다. 정부의 잇따른 규제에도 가계·기업대출의 증가세가 계속되는 데다 금리 인상의 본격화로 이자 이익이 크게 늘어날 것 보인다.
그러나 '깜짝' 실적을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은 곱지 않다. 가계부채가 1400조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이자 장사'로 배를 불린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이자이익이 올해도 은행 먹여 살린다
18일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올해 상장 은행의 이자 이익은 38조4000억원으로 예상된다.
최근 장기금리가 상승하고 있어 은행 센티멘트는 좋다. 은행수익에서 가장 큰 '결정변수(swing factor)'는 여전히 순이자마진(NIM)이다. 지난해 11월에 금리를 인상하면서 국내도 금리 인상 흐름에 동참하면서 은행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시장의 관심은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고 '몇 번이나 더 올릴 것이냐'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 5일 제롬 파월 신임 의장이 취임하면서 금리 인상에 박차를 가할 준비를 마쳤다. Fed는 2015년 제로금리 탈출에 시동을 건 뒤 지난해까지 모두 다섯 차례 금리를 올렸다. 한국은행 뉴욕사무소 분석에 따르면 Fed는 올해 최대 세 차례로 예상됐던 금리 인상 횟수를 네 차례로 확대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국내 경제 여건도 탄탄하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IMF(국제통화기금) 등 국내외 주요기관들은 올해 한국 실질경제성장률이 3%(전년대비) 내외를 기록할 것으로 본다.
다만 안정돼 가는 소비자 물가가 금리 인상에 복병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2018년 은행들의 NIM이 추가 상승할 전망이다. 금리 25bp(1bp=0.01%포인트)인상을 하면 통상적으로 보면 2~4bp상승이 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연체이자율 하락 및 가산금리 등이 빡빡 해지고 있어 NIM은 좀 더디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시장 전문가들도 '스노볼 효과(Snowball Effect)'를 전망한다. 주먹보다 작은 눈뭉치를 오랜 시간 굴리면 가속도가 붙어 어느덧 자기 키보다 큰 스노볼이 돼 있는 것을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하나금융투자 한정태 연구원은 "이자이익이 10.0%만 변동해도 세전이익이 20.0%이상 달라진, 더욱이 금리인상으로 NIM이 상승할 여지가 높기 때문에 은행들의 이익전망이 낙관적인 셈이다. 단, 순이익은 법인세 인상효과 등으로 변동이 크지 않을 전망이다"고 말했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이자이익이 1.0%오르면 KB국민은행 777억원, 신한은행 781억원, 하나은행 510억원, 우리은행 535억원, IBK기업은행 529억원 늘어난다.
◆뜯어보니 이자수입이 80%
시중 은행이 사업 다각화로 비이자이익이 늘고는 있지만 체질 개선은 여전히 늦다. 지난해 영업이익 중 이자 비중이 80%에 달한다. 신한은행이 86.3%로 가장 비중이 크고 국민은행 83.9%, 우리은행 80.6%, 하나은행 76.4% 등이다.
은행 관계자는 "국내 은행의 비이자이익이 늘어나는 추세지만 여전히 이자 이익에 의존하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사상 최고 이익을 내고도 은행권이 표정 관리 중인 이유다.
각 은행의 실적발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KB국민, KEB하나, 신한, 우리 등 4대 은행의 순이자 이익은 19조9237억원이었다. 2016년(18조2261억원)과 비교해 1조6976억원(9.3%) 늘어난 수치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위기 때마다 은행들은 국민의 혈세로 버텨냈다. 지금처럼 '이자장사'로 은행의 덩치가 커질 경우 고객에게 돌아갈 소비자 후생이 은행의 몫으로 이전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땅 짚고 헤엄치기 '식 영업에 대한 정부의 시각도 우려 그 자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는 지난해 7월 취임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은행의 수익 확보가 취약하면 경제위기 상황에서 국민 부담으로 연결되지만, 은행의 수익확보 행태가 사회적으로 바람직 한지는 생각해 볼 문제"라고 말했다.
시중은행이 사상 최고의 이익을 냈지만, 여전히 우물안 개구리 신세다. 한국기업평가는 국제금융전문지 '더 뱅커(The Banker)'의 은행 순위를 바탕으로 은행그룹의 재무현황을 분석한 결과, 세계 100대 은행에 포함된 국내 은행은 5곳에 그친다. 이들 은행의 총자산순이익률(ROA)은 평균 0.4%, 기본자본이익률(ROC)은 7.1%였다. 반면 세계 100대 은행의 평균은 각각 0.9%, 13.5%였다. 국내 은행은 평균에도 못 미쳤다. 자본적정성을 보여주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도 국내은행 5곳은 평균 15.0%로 100대 은행 평균(16.5%)을 밑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