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국부펀드와 중앙은행 자금이 장기 국고채권에 유입되고 있다. 이들이 미국의 금리인상 우려에도 한국시장에서 발을 빼지 않는 것은 국내 경제의 기초체력이 탄탄한데다 '분산 투자나 재정거래'차원에서 매력이 커서다.
지난 5일 공식 취임한 제롬 파월(65)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제16대 의장은 취임사에서 금융정책의 투명성과 탄력성을 강조하는 등 금리 인상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그는 Fed에서 취임 선서를 하며 "나는 임기를 시작하면서 우리가 무엇을, 왜 하는지 설명하겠다는 약속을 강조하고 싶다"며 "우리 금융 시스템은 10년여 전 금융 위기가 시작되기 이전보다 훨씬 강하고 더욱 탄력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1994년 채권시장 대학살(Bond Market Massacre)'의 추억이 다시 재현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하다. 이 때문에 글로벌 국부펀드와 중앙은행이 지속해서 한국채권을 사들일지 여부는 섣불리 판단키 어렵다는 지적이다.
20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외국인은 최근 1주일 간 5년 지표채권인 '국고17-4'를 1503억원에 순매수했다. 2월 들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도 '국고 17-4'이다. 외국인의 '국고 17-4' 잔고 비중은 19일 현재 18.1%에 달한다.
외국인이 보유한 채권도 102조3388억원 규모다.
NH투자증권 강승원 연구원은 "최근 원화채를 매수하는 주요 외국인 주체 가운데 국부펀드 및 중앙은행계 자금이 상당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외국인의 원화채 수급 안정성 제고라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면서 "한·미 기준금리 역전이 가시화됨에 따라 지난 주 현선물 환율 역전 폭이 재차 확대되는 등 외국인 입장에서는 재정거래에 유리한 환경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큰 국부펀드로는 노르웨이 연기금(GPFG)과 싱가포르 투자청(GIC),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투자청, 중국 CIC 등을 들 수 있다.
애버틴 스탠다드 인베스트먼트의 아담 맥캐이브(Adam McCabe)는 블룸버그를 통해 "수익률 상승과 유망한 경제상황, 아시아 지역의 완만한 금리인상 속도 등으로 아시아 국가의 국채가 미국 국채수익률을 웃돌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국인의 활동은 국채 채권 전반에 걸쳐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월 외국인은 국내 채권 2조3220억원을 순투자했다. 덕분에 국내 채권 보유액도 100조9000억원(전체 상장채권의 6.1%)에 달한다. 2월 들어서도 13일 기준 3조1401억원 가량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그 배경에는 재정거래 유인도 있지만, 한국 경제에 대한 믿음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국 국가 신용등급이 지난 10년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 기준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한국 신용등급을 'Aa2'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AA'로 두고 있다. 2007년 말과 비교하면 무디스와 S&P 모두 3단계를 올렸다. 피치는 1단계 올린 'AA-' 등급이다.
1월 말 현재 우리나라 외환보유액도 3957억5000만달러로 최대치를 경신했다.
지난 한 해 기준 경상수지는 총 784억6000만달러로 1998년 이후 20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문제는 미국이 금리 인상에 속도를 낼 때 충격이 클 수 있다. 외국인은 지난해 9월 26일 2조983억원 규모의 국고채와 통화안정증권(통안채)을 순매도한 데 이어 27일에도 8212억원어치 국채를 내다팔았다. '국고15-9'(만기 5년) 등 1000억원어치 이상 매도한 종목 8개 중 7개는 만기가 5년 이상인 중·장기 국고채였다. 이 때문에 시장에 적잖은 충격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