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드라와 플라나리아. 이들은 둘로 나눠도 완벽한 모습으로 되살아나 개체수가 더 늘어난다. 기업도 잘만 쪼개면(인적 분할) 분사 이후 두 기업의 가치가 이전보다 훨씬 더 좋아지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생각만큼 기업가치가 좋아지는 경우는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대신증권에 따르면 2010~2017년 인적분할을 발표한 시가총액 3000억원 이상의 기업 43개 중 분할 전에 비해 분할 후 시가총액이 5% 이상 증가한 기업의 비율은 37%에 불과했다.
기간을 늘려 분할 후 1년이 경과한 시점을 비교해봐도 합산 시가총액이 증가한 기업의 비율은 41%로 50%를 넘지 않았다.
회사 분할은 회계상 실적 등 이론적으로 회사가치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 그러나 증시에서는 지주회사 전환이나 체질 개선을 위한 쪼개기 등은 경영효율화 측면에서 '호재'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특히 물적분할보다는 둘 다 상장인 상태로 쪼개는 인적분할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주가상승률을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기대일 뿐이었다. 시장지수와 업종지수와의 상대비교를 통해 초과수익률이 나타나는 기업 비율도 크지 않았다. 인적 분할 전에 비해 인적 분할 직 후 합산시가총액의 증가율이 시장 대비 5%이상 늘어난 기업은 28%였다. 또 업종대비 5%이상 초과한 기업 비율도 33%에 머물렀다.
투자자 입장에서 배당수익도 기대만큼 크지 않았다. 이 증권사 양지환 연구원은 "인적분할을 발표한 기업 중 분할 전에 비해 분할 후 합산 배당성향이 나타난 기업은 전체 22개 중 9개에 불과했다"며 "사업회사의 배당성향만 분리해서 살펴봐도 배당성향의 상향이 나타난 기업은 9개"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분할 후 배당성향이 하락한 기업이 10개나 됐다.
반면 분할 이후 최대주주의 지주회사에 대한 지배력과 지주사의 사업회사에 대한 지배력은 확대됐다.
양 연구원은 "분할 후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지주회사에 대한 최대주주 지분율과 사업회사에 대한 지주사의 지분율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기업가치나 주주 이익 제고라는 공식 이유 외에 다른 이유(지배력 강화)가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