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현지 시간) 스위스 취리히에 위치한 스위스중앙은행 본부에서 이주열(오른쪽) 한국은행 총재가 토머스 조던 스위스중앙은행 총재와 양국 간 통화스와프 계약서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한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0일(현지시간) 한국과 스위스의 11조2000억원 규모 통화스와프 계약 체결에 대해 "양국 간 상호신뢰를 기반으로 한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이날 스위스중앙은행 취리히 본점에서 한-스위스 중앙은행 총재 통화스왑 계약서 서명식을 갖고 기자들과 만나 "한국경제가 건실하고 외환·금융이 안전하다는 인식 하에 이번 계약이 가능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스위스는 6개 기축통화국 중 하나로 우리나라는 캐나다에 이어 통화스왑을 체결하게 됐다.
이 총재는 다음 통화스왑 체결국에 대해 "유럽중앙은행(ECB)은 성격이 조금 다르고 영국은 브렉시트 협상에 주력하고 있다"며 "아무래도 일본에 관심이 많을 텐데 자연스럽게 시간이 지나면 얘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난 2001년부터 통화스왑 계약을 갱신해 온 일본과는 2015년 2월 독도 및 소녀상 문제 등 외교 갈등으로 인해 계약 연장이 중단된 상황이다.
그는 "지금은 논의 자체가 중단됐지만 양국 중앙은행 간 교류는 종전과 다름없이 하고 있다"며 "정치적 고려 없이 중앙은행 간 금융협력 차원에서 논의하자는 게 우리 기본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 총재는 또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는 보호무역주의를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리스크로 꼽았다.
그는 "통상 마찰 문제를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우리 예상을 넘어설지 눈여겨봐야 한다"며 "보호무역 확산 속도가 예상을 넘어서는 속도가 될지 아직 판단하긴 어렵지만 그럴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 총재는 아울러 각국 중앙은행이 긴축에 나선 것과 관련해 "일반적인 (금리 인상)속도라면 크게 우려할 것이 아니지만 예상보다 빠를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면서도 "금리는 국내 정책으로 미국의 금리 정책이 대단히 중요한 고려사항이라는 것은 맞지만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고 일대일로 대응하진 않는다"고 강조했다. 우리 경기와 물가, 금융시스템 등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는 설명이다.
한편 이 총재는 내달 말 4년간의 임기를 마친다. 현재 후임 인사 관련 하마평이 무성한 가운데 이 총재의 연임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 총재는 "후임자가 오자마자 무언가를 결정하게 되는 상황을 맞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내가)끝낼 일은 확실하게 완결해서 후임자가 조직관리 및 정책운용에 여유를 갖고 생각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