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7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리는 가운데 시장에선 내달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 등 국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동결(연 1.50%) 전망이 우세하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내달 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주재하는 마지막 금통위란 점에서 추가 금리인상 등 발언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25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우리 경제는 최근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공세, GM의 군산공장 폐쇄 등 악재가 잇따르고 있다.
이 총재는 이에 대해 지난 20일 스위스중앙은행과의 통화스왑 체결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미 FTA 재협상, 세이프가드 발동 등 미국의 보호무역 정책이 예상을 웃도는 수준"이라며 "수출이 우리 경제의 성장 동력인데 수출이 꺾이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해 말 1450조원을 돌파한 가계부채와 저조한 물가상승률 등 국내적인 요인도 금리인상을 어렵게 한다. 지난 2014년 이후 3년 만에 처음으로 가계부채 증가율이 한 자릿수(8.1%)로 꺾였지만 가처분소득 증가율은 5%대로 여전히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 역시 전년 대비 1.0%로 지난 2016년 8월(0.5%) 이후 17개월 만에 최저치로 집계되는 등 물가 안정을 기조로 하는 한은으로선 부담이 상당하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014년부터 빠른 수준으로 가계부채가 늘어 금리를 올렸을 때 가계의 상환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미국의 트럼프 정부가 통상압력을 지속하고 있는 점도 국내 경제 악재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지난 8일부터 13일까지 채권시장 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을 대상으로 금융투자협회가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무려 93명이나 이달 한은 금통위에서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내달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옴에 따라 이달 금리동결 후 상반기 중 금리인상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이 금리인상을 단행할 경우 우리나라와의 금리차로 인해 자본유출이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한은이 발표한 해외경제 포커스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 4분기 전기 대비 2.6% 성장하는 등 시장의 예상을 넘어선 견조한 성장세를 지속했다. 이에 금융시장에선 3월 미 연준이 정책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선물시장에 반영된 인상 확률은 지난 1월 말 89%에서 이달 20일 기준 100%까지 올라갔다.
김유겸 케이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이 내달 정책금리를 올릴 경우 우리나라는 4월 금리를 올릴 수 있다"며 "(현재)금리인상이 (우리)경제에 큰 부담을 줄 만한 수준은 아니기 때문에 추후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상반기 중 금리 인상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편 이 총재는 이날 임기 중 마지막 금통위를 주재한다. 통상 한은은 총재 교체기 후임에 부담을 전가하지 않기 위해 금리를 조정하지 않는 관행이 있다. 이달 금리 동결 전망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차기 총재에 대한 시장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장병화 전 부총재 등 인사가 거론되지만 일부 이 총재의 연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총재가 연임할 경우 한은이 금통위 의장을 맡게 된 지난 1998년 한은법 개정 이후 최초의 연임 총재로 기록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