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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필름리뷰] 10대 청소년들의 권력과 폭력의 비극 '괴물들'

사진/영화 '괴물들'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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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를 막론하고 대물림되고 있는 학교 폭력. 우리 사회의 표본이 고스란히 담긴 영화가 등장했다. 바로 영화 '괴물들'이다.

김백준 감독이 5년 동안 준비한 작품인 '괴물들'은 2011년 한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제초제 음료수 사건을 모티브 한 것으로, 평범해 보이는 고등학생 재영(이원근)의 일상을 통해 우리 사회에 만연한 학교폭력에 대하여 사실적이면서도 섬세하게 그린다. 제초제가 섞인 음료수를 마시고 병원에 실려간 1인자의 부재로 교내 권력을 움켜쥔 2인자 양훈(이이경)과 그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재영이 살아남기 위해 충격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과정이 그려진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학창시절 같은 반에 꼭 한명씩 있는 친구들이다.

강자에겐 굴복하되, 약자는 짓밟아야 재미를 보는 교내 권력 2인자 양훈, 그리고 그의 오른팔 상철(오승훈), 그들에게 집요한 폭력을 당하고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치는 소년 재영, 그런 재영이 상황을 모면해보고자 재물 아닌 재물로 삼은 예리(박규영)까지. 각각의 인물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 존재하고 있을 학생들의 모습이다.

사진/영화 '괴물들'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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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캐릭터들이 폭력의 늪에서 살아가는 방식은 각기 다르다. 재영은 양훈의 부탁을 잘 들어주면 괴롭힘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양훈의 요구는 점점 수위가 높아지고, 끝내 범죄의 영역에 다다른다. 양훈의 요구를 한 개라도 제대로 수행하지 않으면 동급생들이 보는 눈앞에서 폭행을 당해야 하는 재영. 그렇게 괴롭힘의 수위가 높아질수록 그의 마음에도 어느새 괴물이라는 씨앗이 심어진다. 괴물이 되지 않으면 괴물에게 잡아먹히는 이런 상황에서 재영이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이는 영화가 어른들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복수 같은 건 생각하지 마라" 제초제 음료수 살인미수 사건을 담당하는 형사(김성균)가 던진 말이다. 그의 말은 우리 사회 어른들의 일반 상식을 대변한다. 하지만 피해 아이들이라고 해서 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한 다른 방법을 생각해본 적이 없었을까? 학교에 이야기를 해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고, 아버지는 회사 승진에 눈이 멀어 있고, 어머니는 본인 얘기하시기 바쁘다고 영화 속 재영이는 이야기한다. 결국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재영이 도움을 요청할 곳은 아무데도 없는 것이다. 그와 비슷한 상황 속에 있는 10대 청소년이라면 아마도 폭력을 그럴싸하게 포장한 '복수'라는 것에 의지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사진/영화 '괴물들'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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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내가 괴물이 되어버렸어..' 재영이만 봐도 그렇다. 복수라는 단어에 포장되어 있지만 재영도 역시 폭력을 폭력으로 상대해버리고 만다. 부모님과의 식사에 양훈을 불러 핏기 가득한 고기를 계속해서 접시에 얹어 주는 장면 또한 양훈이 그동안 저지른 폭력을 지적하는 부분. 결말로 치달을수록 괴물로 성장해가는 재영의 모습이 가슴 아프기만 하다.

약자를 대상으로 발현되는 폭력의 속성과 쉽게 벗어날 수 없는 폭력의 굴레. 그리고 그 속에 만들어지는 처참한 비극. 끊을 수 없는 폭력의 사슬에 묶인 순수한 청춘들이 변해갈 수밖에 없는 모습을 담아내 뜨거운 울림을 선사하는 '괴물들'은 2018년 가장 의미 있는 작품으로 관객의 뇌리에 남게 될 것이다. 청춘느와르 '괴물들'의 러닝타임은 102분이며 청소년 관람 불가다. 3월 8일 개봉.

"지금 이 순간에도 공포와 불안감에 떨고 있을 또 다른 '재영'에게 진심 어린 위로를 보내고 싶습니다" (김백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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