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코는 작년 연결회계기준 매출 60조6551억원을 기록했다. 구조조정을 본격화한 2015년 이후 매출이 50조원대로 떨어졌으나 3년 만에 회복한 것이다. 영업이익률도 2015년 4.1%에서 작년 7.6%로 좋아졌다. 부채비율은 전년 대비 7.5%포인트 낮아진 66.5%로 2010년 이래 최저 수준이다. 무디스는 지난해 10월 말 포스코의 장기 기업신용등급 'Baa2'에 대한 전망을 기존의 '안정적(stable)'에서 '긍정적(positive)'으로 상향 조정했다. 무디스의 이번 신용등급 조정은 지난해 10월 포스코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negative)에서 안정적(stable)으로 상향 조정한 이후 꼭 1년 만의 일이다.
지난해 기업 성적표가 공개되면서 장사를 잘한 기업은 함박웃음이다. 하지만 부진한 기업들은 신용리스크에 빠질까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기업은 회사채 발행을 위해 고금리를 제시해야 하고, 이도 안 되면 은행으로 발길을 돌려야 한다. 신용등급이 하향되면 자금 조달에 드는 비용이 늘어나고, 이에 따라 부실해지는 기업이 늘어날 수 있는 상황이 된다. 특히 빚 더미에 앉은 한계기업은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다.
◆ 조선·건설 등 신용리스크 우려
시장에서는 조선 건설 등 취약업종에 주목한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들의 지난해 성적부진은 제한적이었다.
GS건설은 319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하지만 1534억원 규모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GS건설은 순손실의 주된 요인으로 원화 강세를 꼽았다. 현대건설은 영업이익 감소 폭(12.7%)보다 당기순이익 감소폭(48.8%)이 더 크다. 원화 강세에 따른 외화 환산손실 때문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반면 건설업 전반으로는 안정적이었다. 10대 상장 건설사(매출액 추정치만 공개한 계룡건설산업 제외)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1조9873억원)보다 85.0% 늘어난 3조6769억원이었다. 상장기업 중 국토교통부의 시공능력평가 기준 상위 건설사는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대림산업, GS건설, 현대산업개발, 삼성엔지니어링, 금호산업, 한신공영, 계룡건설산업 등이다.
KB증권 김수연 연구원은 "주택경기가 부진해지면 공종이 다각화되지 못한 건설사들의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면서 "장기 미착공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부실화 가능성, 책임 준공 등의 우발채무가 많은 건설사를 중심으로 모니터링 필요성이 점차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우건설은 또 다른 리스크에 빠졌다. 모로코 발전소 현장에서 발생한 3000억원의 손실이 반영되면서 매각 작업이 중단됐다. 한신평은 대우건설의 장기 기업신용등급 및 기업어음 등급 모두 하향 검토 대상에 올렸다. 등급이 하락할 경우 대우건설의 기업신용등급은 BBB+, 기업어음 등급은 A3+로 떨어진다.
자동차 업종도 지난해 성적만 보면 우려 그 자체다.
현대차는 지난해 매출액이 96조3671억원, 영업이익은 4조5747억원, 순이익은 4조5464억원을 냈다. 매출은 전년 대비 2.9% 늘어난 반면, 영업익과 순이익은 각각 11.9%, 20.5% 급감했다. 기아차는 지난해 통상임금 패소에 따른 1조원대 충당금 부담으로 전년 대비 73.1% 급감한 662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다만 지난해 매출은 53조5,357억원으로 1.6% 증가했다.
다만 현대차그룹은 10대그룹 가운데 올 한 해 영업이익 증가율이 가장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가는 9개 계열사의 영업이익이 올해는 14조7528억원으로 불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기저효과'에 대한 기대다. 중소형차 판매 부진과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등의 직격탄을 맞아 미국, 중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부진해 지난해 실적이 좋지 않았다.
현대차 계열사인 기아자동차는 통상임금 판결에 따른 충당금 설정과 중국 시장 부진 등으로 지난해 영업 성적이 부진했다.
김 연구원은 "완성차 계열사는 주요 시장에서의 점유율 및 수익성 약화 등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면서 "그룹 내 수직계열화된 부품 계열사 역시 사업 역량 변화 가능성에 대한 체크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 자금 조달 차질 우려
한 중견건설사 자금조달 임원은 "선뜻 자금조달을 해주겠다는 금융회사가 없다. 잘못했다간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 밖에 없는 처지도 이해가 간다"고 했다.
회사채 시장 전반에 온기가 돈다는데 이 곳엔 증권사 직원의 발길이 끊긴 지 오래다. 올해 돌아온 빚은 급전으로 막았지만 앞으로 돌아올 만기를 어떻게 넘길 지 걱정이 태산이다.
실적부진에 신용 강등 우려까지 커진 기업들의 고민은 더 커진다. '신용등급 하락→자금조달 금리 상승→투자 어려움→실적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 신용리스크는 가계나 국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도 크다. '신용등급 하락→투자 위축→실적 악화→소비 위축→경기 침체'의 악순환 고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는 안팎으로 시험대에 올라 있다. 미국 정책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진다는 전망이 최근 급속히 확산하며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다음주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반면 다음달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양국 정책금리는 역전되고 이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