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2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4년 연임을 결정했다. 정부가 '변화'보다 '안정'을 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달 한미 기준금리 역전과 전세계 보호무역주의 기조 강화, 한국GM 구조조정 등 대내외 악재 및 6.13 지방선거를 염두한 인사라는 설명이다.
한은 총재의 연임은 지난 1951년~1956년 김유택 2대 한은 총재와 1970년~1978년 김성환 11대 한은 총재 이후 세 번째다. 특히 지난 1998년 한은법 개정 이후 한은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의장 자리를 맡은 이후로는 처음이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청와대의 연임 발표 이후 기자간담회를 갖고 "우리 경제를 둘러싼 여러가지 대내외 여건이 엄중하기 때문에 개인적인 기쁨보다 책임에 막중함을 절감한다"며 "우리 경제가 처해 있는 많은 어려움을 헤쳐나가는데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 뿐"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또 무려 44년 만의 한은 총재 연임 결정에 대해 "(총재 연임은)이전에 거의 전례가 없었기 때문에 이번에 다시 지명된 것은 저 자신으로서도 큰 영광이지만 무엇보다도 한은으로서도 명예스러운 일이라 생각한다"며 "중앙은행의 독립성과 중요성 역할에 대해 인정받고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번 연임으로 당장 이달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우리나라와의 기준금리 역전 가능성이 예고되고 있는 상황에서 '통화정책 정상화'라는 막중한 임무가 주어졌다. 미국이 이달 금리를 연 1.50~1.75%로 0.25%포인트 올리면 우리나라 기준금리(연 1.50%)보다 상단이 높아지게 된다. 미국의 통상압박 등이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는 불확실성 속 외국인 자금유출 우려까지 제기돼 당장 금리인상 논의 등 이 총재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지난 4년간의 임기 중 지난해 11월 처음으로 금리인상을 단행한 바 있다. 연 1.25%의 최저금리를 유지하던 한은은 지난해 11월 금통위에서 6년 5개월 만에 연 1.50%로 0.25%포인트 금리를 인상했다.
때문에 시장에선 오는 4월 있을 금통위에서 금리 인상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이 총재의 연임에 따른 통화정책 연속성이 확보되면서 4월 금리 인상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국내 경기 여건도 나쁘지 않다고 설명한다.
이 총재는 이날 연임 후 최우선 목표를 묻는 질문에 대해 "중앙은행 정책의 중립성과 정책 운용의 자율성에 대해 인정받으면서 연임이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며 "조금 더 구체적인 것은 국회 인사청문회 때 여러가지 질문에 대해 소상히 답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