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게 한두 가지는 아니겠지만 그 중에서도 날씨를 빼놓기는 힘들다. 특히나 올 겨울처럼 강추위가 몰아친 때에는 더 그렇다. 단순한 감기는 물론이고 심하게 열이 나는 독감도 흔하게 앓기 마련이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인체의 면역력이 떨어지는 게 원인이다. 혈관이 수축하면서 뇌졸중이나 뇌경색, 심혈관 관련 질환자가 많아진다. 겨울 추위가 완연하게 풀리는 시기는 경칩이 될 것이다. 경칩이 지나면 얼었던 대동강물도 풀린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추위가 물러가는 걸 반기는 의미이다. 경칩은 24절기 중의 3번째 절기이다. 동지가 지난 뒤 74일째 되는 날이고 양력으로는 3월5일 쯤이 된다. 겨울 추위에 몸을 웅크리고 잠자던 만물이 깨어나는 시기가 바로 경칩이다. 겨울철에 세력을 떨치던 대륙성 고기압이 힘을 잃는 시기이고 기온이 조금씩 올라가면서 봄이 찾아온다. 경칩(驚蟄)은 놀랄 경(驚)자와 벌레 칩(蟄)자를 쓰는데 이는 날씨가 풀리면서 겨울잠을 자던 곤충들이 움직인다는 걸 알려준다. 이제 경칩이 다가오니 겨울 추위도 물러갈 것이다. 날씨가 풀리고 온도가 조금만 올라가도 살기에 훨씬 편안하다. 날씨가 풀려야 살기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풀린다는 말에는 사람들의 수많은 기대가 담겨있음을 알 수 있다. 풀리다의 뜻을 사전에서 보면 '해제되어 자유롭게 되다' '해결되다'라고 되어있다. 어느 것이든 풀린다는 것은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해주고 삶을 편안하게 해준다.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이런저런 문제들이 풀리기를 항상 고대한다. 겨울에는 날씨가 풀리기를 기다리고, 사업을 하다 자금이 꼬이면 돈이 돌아서 문제가 빨리 풀리기를 바란다. 연인사이에 싸움이 벌어지고 차가운 분위기가 되면 상대방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한다. 택배로 물건을 받았을 때도 내용물이 무엇인지 보려면 꽁꽁 묶인 매듭을 풀어야 한다. 풀린다는 것은 어느 모로 보아도 좋은 일이다. 그래서 예부터 사람의 길흉화복을 내다볼 때는 풀린다는 말을 많이 사용했다. 언제부터 일이 풀릴 것이다 또는 어디서부터 일이 풀릴 테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식으로 좋은 일이 생길 것임을 알려줬다. 힘겨운 지경에 처해있는 사람이 일이 풀린다는 말을 들으면 얼마나 기쁘겠는가. 이렇게 풀린다는 말은 사람들이 고난에 처했을 때 희망을 주는 역할을 했다. 경칩은 겨울이 물러나고 추위가 풀리는 시기이다. 겨우내 추위를 견디며 기다리던 봄이 다가오는 때가 된 것이다. 봄이 온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사람들이 얼마나 경칩을 기다리고 있을지 짐작이 된다. 경칩은 그렇게 겨울이 물러간다는 것만으로도 큰 환영을 받는 절기이다./김상회역학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