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가에 해외 만화, 베스트셀러, 영화를 리메이크한 국내 영화가 줄줄이 개봉하며 '리메이크 열풍'이 불고 있다.
강동원 주연의 '골든슬럼버'와 김태리, 류준열, 진기주 세 청춘의 호흡과 초록색 싱그러운 자연이 주인공인 '리틀 포레스트'는 현재 상영중이며, 곧 '지금 만나러 갑니다'와 '사라진 밤'이 관객을 만난다.
대부분이 일본작품을 원작으로 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골든슬럼버'(감독 노동석)는 이사카 코타로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며 영화로도 개봉해 현지 관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작품은 성실하고 착한 택배기사 김건우(강동원)가 한순간 대통령 후보 살인 용의자로 지목되며 보이지 않는 권력과 싸우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보이지 않는 국가 권력에 의해 평범한 개인의 삶이 조작된다는 흥미로운 설정을 바탕으로 쫓고 쫓기는 가운데, 오랜 친구들과의 우정을 강조해 장르적 구분을 넘나드는 새로운 재미를 창조해낸다.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 속 고등학교 시절의 순수하고 풋풋했던 기억에 대한 회상을 오가는 독특한 구성이 '골든슬럼버'만의 매력이다.
국내 박스오피스 1,2위를 영화 '리틀 포레스트'(감독 임순례)는 만화가 이가라시 다이스케의 동명만화를 영화화했다. 일본에서도 영화로 개봉된 바 있으며 두 편에 나뉘어 상영한 것을 임 감독은 한편에 사계절을 담아 속도감을 더했다. 원작의 큰 뼈대는 살리되 한국적인 정서와 색깔을 녹여 국내 관객이 더 편하게 다가갈 수 있게 했다.
무조건적인 경쟁과 빠름에 허덕이는 도시 생활에 지쳐 고향집으로 돌아온 혜원(김태리)이 걱정을 잠시 뒤로 하고, 동네 친구 재하(류준열), 은숙(진기주)과 함께 보내는 시간들은 관객에게 위로로 다가온다.
오는 14일 개봉하는 소지섭, 손예진 주연의 멜로 판타지 '지금 만나러 갑니다'(감독 이장훈) 역시 일본 소설가 이치카와 다쿠지의 동명 소설과 영화를 원작으로 했다.
세상을 떠난 아내가 기억을 잃은 채 돌아온다는 원작의 판타지적인 설정과 스토리에 감성적인 터치와 현실적 공감을 더해 생생한 숨결을 불어넣었다. 아내가 돌아온 후 하루하루가 더욱 소중해진 남자의 삶. 서로 소중했던 기억을 더듬으며 새로운 추억을 쌓아가는 이야기는 단순한 사랑 그 이상의 감동을 선사한다.
앞에서 소개한 '골든슬럼버' '리틀 포레스트'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일본 영화들을 리메이크했으며 따뜻하고 감성적인 터치가 공통점이다. 규모감있고 폭력성 짙은 남성중심의 영화에 피로감을 느끼는 관객에게 기분 좋은 쉼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문학이나 영화가 리메이크 소재로 각광받는 이유는 단순히 감성적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탄탄한 이야기 구조를 갖췄음은 물론, 소재가 다양하고 한국 관객들의 정서에도 이질감이 없기 때문이다.
일본 원작을 리메이크해 대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예는 2016년 개봉한 '럭키'다. 일본영화 '열쇠 도둑의 방법'을 각색한 이 영화는 유해진을 주인공으로 앞세워 인간적인 웃음을 유도, 입소문을 타고 698만 관객을 동원했다.
'사라진 밤' 스틸컷/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사라진 밤' 스틸컷/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사라진 밤' 스틸컷/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마지막으로 소개할 리메이크 영화는 추적 스릴러 '사라진 밤'(감독 이창희)이다. 감독은 스페인 영화 '더 바디'를 리메이크했다.
이 영화는 국과수 사체보관실에서 아내의 시체가 사라진 후 시체를 쫓는 형사(김상경),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남편(김강우), 그리고 사라진 아내(김희애) 사이에서 벌어지는 하룻밤의 예측 불가능한 이야기를 그린다.
앞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창희 감독은 "원작이 복수에 중점을 뒀다면 '사라진 밤'은 시체를 찾아가는 과정에 집중해 차별점을 뒀다. 그 과정에서의 스릴감은 고스란히 살렸다는 게 우리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배우들 역시 정확히 계산된 콘티와 확고한 감독의 연출 방향을 극찬하며 영화에 대한 만족감을 표했다. 형사와 용의자로 팽팽하게 대립하는 김상경과 김강우의 호흡은 영화의 큰 줄기로 극적 긴장감을 자아낸다.
긴장감과 쫄깃한 반전까지 고루 갖춘 웰메이드 스릴러 '사라진 밤'은 올 봄, 추적스릴러의 진가를 보여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