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100일 앞으로 다가온 6·13 지방선거에 대비해 일제히 본격적인 선거모드로 전환하고 있어 민생에 소홀해지는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가 법안심사 및 처리 등에 늑장을 부리고 있으면서도 민생, 경제살리기 등을 강조하며 유권자의 표심을 얻고자 하는 모습들이 모순됐다는 지적이 많다.
5일 기준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은 8200여건에 다르고, 국회 상임위원회별로도 200여건에서 많게는 1000여건의 법안이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야는 3월 임시국회는 열지 않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4월 임시국회에서도 민생 현안 법안보다는 공직선거법 개정안 등 지방선거 '룰(rule)'에 국한된 법안 처리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선거연령 18세 이상으로 하향'을 주요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4월 임시국회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법안 심사에 집중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로 밝히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선거 분위기에 함몰돼 국회가 제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이 정당성을 부여받을 수 있느냐는 지적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정당 관계자는 "선거는 단순히 특정 인사나 정당을 뽑는 행위가 아니다. 선거를 통해 현정부를 포함한 각 정당들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지는 것"이라며 "선거 결과에 따라 법안 처리 속도에 가속도가 붙을 수가 있는 등 하나하나의 법안 처리도 중요하지만, 선거 또한 그러한 국회 기능의 연장선상에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정당 관계자는 "선거로 인해 국회가 정지되는 현상은 관례·관습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소모적인 부분이 많다. 정당에 있어서 선거가 중요하기는 하지만 국민 입장에서 이해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러한 모습들이 결국 국회에 대한 신뢰를 잃게 만들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제대로 된 입법기관으로 국민이 인식할 수 있도록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방선거의 특수성을 고려했을 때 어느 정도 이해는 할 수 있겠지만 지금까지의 국회의 행태를 비춰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여론도 많다.
막상 지난 2월 임시국회기간 동안 국회는 사실상의 법안처리를 위한 본회의는 두 차례 열고, 200여건의 법안만을 처리했다.
설 명절 연휴가 포함되기는 했지만 여야의 정쟁 속에서 자유한국당의 '보이콧'으로 국회는 13일동안 공전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많다.
2월 임시국회는 국회의 잇딴 파행으로 민생 법안을 처리하지 못한 만큼 이들 법안들을 처리하고자 열렸던 임시국회다. 당시 여야는 앞다투어 민생을 강조하면서, 타(他) 정당을 겨냥해 '네탓공방'을 벌이던 때였다.
하지만 이러한 공방은 2월 임시국회까지 이어졌고, 상황은 더욱 공방전에만 집중되는 모습을 띄었다.
국회의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정치권의 가장 큰 이슈는 개헌과 정치개혁 등으로, 실제로 지난 대선 과정에서 대부분의 대선 후보들은 이와 관련한 공약들을 제시하기도 했다.
특히 권력구조 개헌과 관련해 대통령제와 다른 이원집정부제와 방안들은 국회가 대통령의 권한을 떼어오는 것을 주 골자로 하는데, 국회가 지금처럼 신뢰감 있는 행동을 보여주지 않을 경우 좀처럼 고려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국회 차원에서만 보더라도 국회가 제기능을 온전히 하기 위해 국회의원정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은 국민적 공감대가 떨어져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