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 채널을 이리저리 돌려보다 프로그램 속에서 누군가 툭 던지는 한마디가 가슴으로 들어왔다. "사는 게 어디 그리 쉽나요." 특별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진심을 담아 하는 소리였다. 프로그램의 배경은 시장이었다. 인터뷰를 하는 사람들은 다양했다. 작은 점포를 하는 사람도 있었고 노점에서 이런저런 물건을 파는 사람도 있었다. 사장도 있었고 남의 가게에서 일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들이 방송 진행자의 물음에 답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세상의 지혜가 가까운 곳에 있다는 걸 새삼 느꼈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이죠." "내일 또 벌면 돼요. 그래서 내일이 있는 거겠죠." "망하기도 하고 흥하기도 하는 게 사람 사는 거예요." 어찌 들어보면 별 것 아닌 이야기들이다. 그러나 말 속에 그 사람의 인생이 담겨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이 살아가는 지혜가 그들의 말 속에 있었다. 지금껏 살아온 삶의 현장에서 몸으로 부딪치며 배운 지혜이며 철학이었다.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때때로 힘겨운 시간을 맞는다. 도저히 넘을 수 없어 보이는 고개를 만나기도 한다. 그런 고개를 앞에 두었을 때 사람들은 조그만 힘이라도 얻고 싶어 한다. 위기를 넘어갈 수 있는 지혜를 알고 싶어 한다. 몸과 마음을 편안히 하면서 힘을 축적하려는 것이다. 용기의 말 한마디에 매달리는 것 역시 마찬가지이다. 작은 말 한마디도 힘이 되기에 붙잡아보려는 것이다. 필자는 역학상담을 하면서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는 우리의 생활 속에 있다고 생각해왔다. 생활이라 함은 삶이 벌어지는 현장을 말한다. 사람들이 바쁘게 오가는 길거리, 질병과 싸움을 벌이는 병원, 물건을 사거나 팔면서 온갖 일이 벌어지는 시장 등이 그런 생활 속의 공간일 것이다. 필자는 그중에서도 시장에 가끔씩 걸음을 하곤 한다. 필요한 물건을 사려고 가고 사람구경 또는 사람 사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가기도 한다. 특히나 심적 타격을 받아서 힘이 빠질 때는 항상 시장을 들르곤 한다. 시장에 가면 삶의 모습들이 극명하게 보여 진다. 생계 때문에 하나라도 더 팔아야 하는 상인들의 고함소리가 들리고 조금이라도 값을 깎아보려는 손님들의 목소리도 그에 못지않다. 왁자지껄한 소리 속의 그 모습들은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형상이다. 시장 사람들은 그 속에서 체험적인 삶의 지혜를 배운다. 책에서 배운 이론뿐인 지혜가 아니라 직접 살아가면서 배운 진짜 지혜가 그 속에 있다. 텔레비전 프로그램 속에서 상인들이 던지 한마디 한마디에서 힘이 느껴지는 이유가 그것 때문이다. 힘겨운 일에 부딪쳐서 살아갈 힘을 잃은 듯한 사람을 보면 시장에 한번 가보라고 권하고 싶다. 시장에는 지금 이 순간에도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사람들이 가득하다./김상회역학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