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영화관인 CJ CGV.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2대주주가 됐다. 3000억원 가량의 투자금을 유치하기 위한 선택이다. CJ그룹이 CJ CGV의 자금 유치를 추진하는 것은 성장 정체기를 맞고 있는 국내 멀티플렉스 영화관 업황과 연관이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 지난 20일 경남 창원시 진해항 제2부두에 있는 토지(7만 9895㎡)와 건물(476㎡)이 270억원에 팔렸다. 이 부동산 소유주는 한때 우리나라 대표 무역상사였던 ㈜STX의 자회사 STX마린서비스였다. STX그룹이 몰락하면서 농협이 채권 회수를 위해 경매를 한 것이다. 이 부동산은 3번의 유찰 끝에 감정가의 53.0% 수준에 낙찰됐다.
눈물 속에 팔려 나온 회사 지분이나 부실채권(NPL), 정크본드(투기등급 채권), 경매 물건을 찾아 헐값에 사들이는 '하이에나 투자'가 늘고 있다.
이들이 썩은 고기를 마다치 않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정부나 채권단이 구조조정을 하더라도 빚으로 연명하는 한계기업(좀비기업)을 한꺼번에 망하게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다. '대마불사(大馬不死·큰 기업은 절대 망하지 않는다)'의 논리에 '도박(gamble)'을 하겠다는 것.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미분양이나 대물로 나온 매물, 공매로 나온 급매물 부동산은 머지않아 시장이 살아나면 최소한 본전은 건질 수 있다는 '부동산 불패' 신화가 뿌리 깊다.
◆ 부실기업·채권 먹잇감
부실 코스닥 기업도 먹잇감이 되고 있다. 파는 쪽에서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통해 손실을 최소화하거나 이익을 남길 수 있고, 사는 쪽에서는 까다로운 상장 절차를 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저렴한 비용으로 경영권을 얻을 수 있다. 특히 시장 확대를 노린 같은 업종 기업이라면 기존 브랜드를 이용해 손쉽게 영토를 확장할 수 있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리켐은 뉴원글로벌조합으로 주인이 바뀐다. 12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최대주주 자리에 오른 것. 보유 지분율은 40.09%다. 리켐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부채 상환과 사업 운영 자금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넥스지는 사파이어테크놀로지를 사들였다. 이 회사는 사파이어 기판 제조업체로 지난해 3분기 누적 5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텍스네트컴은 골든브릿지증권을 420억원(지분 41.84%)에 사들였다. 골든브릿지는 지난 2014년부터 골든브릿지증권을 매각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려 했지만 노사 소송이 연달아 발생하면서 인수 희망자를 찾지 못했다.
부실기업들은 주인도 자주 바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1년간 2번 이상 최대주주 변경 공시를 한 기업은 31개사나 된다. 아이엠텍은 무려 5번이나 주인이 바뀌었다. 에치디프로와 넥스지 등은 4번 바뀌었다. 최대주주가 3차례 이상 변경된 상장사 14곳 가운데 12곳이 지난해 적자를 냈다.
투자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주요 공급처인 은행으로부터 매년 5조~6조원 규모의 신규물량이 공급되고 있다"면서 "최근 전문 NPL 투자업체를 비롯해 자산운용, 캐피탈, 저축은행 등 중소투자자가 가세하면서 양자구도에서 다자구도로 재편됐다"고 전했다.
사모펀드도 호시탐탐 기회를 노린다. 두산중공업의 자회사 두산엔진은 '소시어스 웰투시 컨소시엄'에 팔린다. 2015년부터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구조조정을 벌여온 두산그룹은 일찌감치 비주력 계열사 정리 목적으로 두산엔진 매각을 검토했다. 하지만 두산엔진의 전방산업인 조선·해운업 불황이 이어지면서 마땅한 인수 후보자를 찾지 못해 매각 추진을 보류한 상태였다. 락앤락도 사모펀드인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에 팔렸다. 2013년께부터 매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던 중국 매출이 '한한령' 등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었다.
부실 채권도 좋은 먹잇감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은행권 총 부실채권 규모는 20조5000억원에 달한다. 국내 최대 NPL 전문 투자회사인 연합자산관리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채권 누적 회수율은 88.0%에 달한다. 다만 자산이 생각만큼 잘 팔리지는 않는다. 회수율은 2016년 91.5% 대비 4%포인트 가까이 하락했다. 자산에 대판 평가가 깐깐해졌고, 시장 상황이 생각만큼 좋지 않기 때문이란 게 시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금리가 오르면 부실 채권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시중은행 기업여신담당 한 관계자는 "금리 상승으로 취약차주 중심으로 부실채권 증가 가능성이 있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국민연금을 포함한 국부펀드, 보험·증권사 등 제2금융권의 시장참여를 유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미운 오리 'BBB'급 회사채 '백조'
정크본드에 가까운 신용등급 BBB급 회사채도 최근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두달 동안에만 1480억원어치가 팔렸다. 지난해 4분기 2600억원 등을 포함하면 7400억원에 달한다. 기관투자가의 AA급 이상 우량 회사채 편식으로 신용등급 A급 회사채조차 투자자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인기다.
신용등급이 'BBB+'인 한진은 올해 5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한 수요예측(기관 사전청약)에 1040억원 규모의 기관 자금이 몰렸다. 한진은 재무구조 악화로 2014년 말 이후 추진한 다섯 차례의 수요예측에서 모두 '미달'을 기록했다가 지난해 7월 2년6개월 만에 수요예측에 성공한 바 있다. 'BBB+' 등급인 AJ네트웍스는 수요예측에서 400억원 모집에 910억원의 뭉칫돈이 몰렸다.
한편 부동산 경매와 낙찰 건수가 늘었다. 부동산경매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2월 마지막주(19~23일) 전국 법원경매 진행 건수는 2848건이 진행돼 1054건이 낙찰됐다.낙찰가율은 66.8%로 전주 대비 2.6%포인트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