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떠난 연인과 재회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혹은 '세상을 떠나기 전 사랑하는 사람들과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여운이 진한 영화가 개봉한다. 바로 손예진·소지섭 주연의 '지금 만나러 갑니다'(감독 이장훈)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 잠들어있던 연애 세포를 깨우는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14일, 화이트데이에 관객을 만난다. 원작의 기본 틀은 유지하되 곳곳에 웃음 포인트를 심어 새로운 색깔로 재탄생한 이 영화는 관객의 감성을 촉촉하게 적셔줄 것이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일본 소설가 이치카와 다쿠지의 동명 소설과 영화를 원작으로 했다. 세상을 떠난 아내가 기억을 잃은 채 돌아온다는 내용을 담은 작품이다.
1년 전 세상을 떠난 아내의 빈자리를 그대로 남겨둔 채 더디고 어설프지만, 씩씩하게 일상을 채워가는 남자 우진(소지섭). 여느 때보다 긴 장마가 시작되는 여름 날, 비가 오면 다시 돌아오겠다는 믿기 힘든 약속을 남겼던 수아(손예진)가 기적처럼 돌아온다.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 채 돌아온 수아와 우진은 새롭게 추억을 쌓아가며 사랑을 다시 시작한다.
다시 만날 수 없는 두 사람의 기적같은 재회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판타지적인 설정에 현실적 공감을 더해 관객의 마음을 두드린다. 아내가 돌아온 후 하루하루가 더욱 소중해진 우진. 모든 게 낯선 수아에게 지난 날들에 대해 들려주며 기억을 짚어나간다. 영화는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현재를 살고 있는 우진과 수아 역에는 소지섭과 손예진이 캐스팅됐다. '회사원' '사도' '군함도' 등 매 작품을 통해 선 굵은 인상을 남겼던 소지섭이 우진으로 분해 섬세한 감성 연기를 펼친다. 첫사랑에 빠진 모습부터 다시 시작된 만남에 설레하고 아내와의 행복을 놓치고 싶지 않은 절절한 모습까지 깊어지는 눈빛 연기를 확인할 수 있다.
일본 영화를 본 후에는 남편 캐릭터에 대한 인상이 크게 남지 않지만, 이장훈 표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서는 그렇지 않다. 우진의 순애보가 섬세하게 그려져 상당한 인상을 남길 것으로 기대된다.
'클래식' '내 머리 속의 지우개' 등을 통해 진정한 '멜로 퀸'에 등극한 손예진은 신비한 매력까지 겸한 새로운 인생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
영화의 주된 내용은 소지섭과 손예진의 로맨스다. 두 사람의 절절한 눈빛과 합이 맞는 연기 호흡은 진한 애정신이 없어도 실제 연인같은 착각에 빠질 정도.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소지섭과 손예진의 감정 연기에 관객은 매료될 것이다.
어린 우진과 수아 역에는 각각 이유진과 김현수가 캐스팅돼 학창시절 짝사랑하는 소년·소녀의 모습을 담아냈다. 이밖에 고창석, 손여은, 이준혁 등이 출연해 스크린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특히 대체불가 매력의 소유자 고창석(홍구 역)은 적재적소에 웃음을 유발해 극의 분위기를 환기시킨다. 우진의 둘도 없는 친구인 동시에 우진의 아들 지호(김지환)에게는 든든한 삼촌, '홍구 삼촌'의 활약도 관전포인트 중 하나다. 잔잔한 멜로영화라 자칫 지루할 거라 예상하겠지만, 고창석이라는 배우가 그 예상을 단번에 깨부숴버렸다.
배우들의 연기도 일품이지만,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미장센에도 감탄이 절로 나온다. 자연 풍광과 어우러진 우진의 집과 수아의 작업실, 그리고 비오는 날 기적처럼 수아를 만난 기찻길 터널까지 아름다운 동화 속 장소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촉촉한 봄비처럼 찾아온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관객을 맞을 준비를 마쳤다. 3월 14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31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