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한 핀 스트라이프 패턴의 슈트.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영국 신사라는 애칭 답게 부드러우면서도 카리스마가 있다. 겉모습 만큼 겸손과 환한 미소는 주변 사람의 마음을 사로 잡는다.
'전설의 제임스(Legendary James).' 유 사장의 영국 생활때 이름이다.
장난삼아 붙인 것은 아니다. 그의 삶이 응축돼 있다. 그가 대우증권 시절 런던현지법인으로 발령받아 영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것은 1992년. 그는 외국인에게 깊은 인상을 줄 만한 영어 이름을 찾는 데 골몰했다. 고민 끝에 생각해 낸 이름이 바로 제임스. 불가능한 미션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제임스 본드의 능력을 닮고 싶어 붙였다고 한다.
지난 2007년 증권업계에서 최연소의 나이(47세)에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그는 여의도 증권가에서 살아 있는 전설로 통한다. 2011∼2014년 4년 연속 업계 1위. 지난해에는 한국투자증권은 5244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증권업계 최고 수준의 실적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121.5% 증가한 수치이자 역대 최대 실적이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이 11.6%로 대형사 중에 가장 좋았다.
금융투자업계의 젊은 오빠, 신사로 통하는 유 사장이 11년 연임이라는 성공 신화를 썼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7일 열린 2018년 제2차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유상호 후보자를 최고경영자 최종 후보로 단독 추천했다고 8일 공시했다.
오는 22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유 사장의 연임이 확정된다. 임기는 1년이다.
경북 안동 출신인 그는 고려대 사범대 부속고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한일은행을 거쳐 1986년 당시 증권업계 1위였던 대우증권에 입사했다. 1992∼1999년 대우증권 런던법인에서 근무한 뒤 메리츠증권을 거쳐 2002년 동원증권(현 한국투자증권) 부사장으로 스카우트됐다. 2007년 3월 47세의 나이로 증권업계 최연소 CEO가 된 유 사장은 특유의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조직을 이끌면서 자산관리(WM)와 투자은행(IB) 부문 역량 강화에 집중했다.
그 결과로 한국투자증권을 업계 최고의 증권사로 키워냈다. 자산관리(WM)와 투자은행(IB) 부문 역량 강화에 집중해 한국투자증권이 업계 내에서 상위권 실적을 올리는 데 적잖은 기여를 했다.
특히 지난해 초대형 투자은행(IB) 중 유일하게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인가를 획득, 오너인 김남구 부회장의 신뢰에도 답을 했다.
그는 올해 기존 사업을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보인다.
유 사장은 한국투자증권 사장이 2018년을 글로벌 투자은행(IB) 10위권에 진입하기 위한 원년으로 삼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는 신년사에서 "단기금융업 첫 번째 인가를 받는 쾌거를 이뤄 기쁘지만 한편으로는 금융 병목현상 해소에 기여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며 "인수금융과 기업투자 분야를 기반으로 명실상부한 1등 IB이 되겠다"고 말했다.
또 "향후 글로벌 경제 성장은 아시아와 신흥국 시장을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인도네시아 증권사(단빡증권)인수 작업을 빠른 시일 내에 마무리하고 공격적인 영업전략을 펼쳐 단기간내 업계 10위권에 안착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전했다.
한편 그는 직원들과도 격의 없이 지내며 소통하는 CEO로 통한다. 직원들에게 종종 "1등은 마약과도 같다"고 얘기하는 유 사장은 "최고의 인재가 최고의 대우를 받을 때 최고의 성과를 낸다"는 '선순환 경영' 철학을 주창하며 철저한 성과 보상을 강조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