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이 8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4차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연합
문재인 정부의 첫 구조조정이 '연명'이 아닌 '호흡기 떼기'로 결론났다.
당초 정부가 구조조정 과정에서 산업적 측면을 내세우자 성동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을 살리기 위한 명분이라는 시각이 팽배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법원의 결정을 기다려 봐야 하지만 성동의 청산가치가 존손가치를 크게 웃도는 점을 감안하면 정리절차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8일 "산업적 측면을 고려한다는 것이 무조건 기업을 살리겠다는 의미가 아니었다"며 "STX의 경우 중소조선사 생태계 등 산업적 측면이 충분히 반영됐지만 고강도 구조조정이 없다면 원칙대로 법정관리를 신청토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좀비기업에 대한 호흡기는 뗐지만 문제는 지역 경제다. 정부가 이날 중소조선사 처리방안과 함께 관련 지역에 대한 긴급 유동성 지원을 합께 발표한 이유다.
◆ 정부 구조조정 "무조건 생존은 없다"
성동에 대한 채권단 주도의 자율협약 체제는 8년 만에 끝이 났다. 그간 5차례에 걸져 경영정상화 방안이 추진됐지만 올해 2분기 쯤에는 부도가 우려될 만큼 유동성 상황이 악화됐다.
은성수 수출입은행장은 "지난해 재무실사에 이어 올해 산업컨설팅에서도 회생이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나, 자금지원을 지속할 경우 손실만 더 커질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역경제를 감안하더라도 더 이상 무조건 지원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특히 STX와 운명이 갈린 가장 큰 이유는 수주잔고였다. 성동의 수주잔고는 5척으로 건조 중인 선박의 인도가 끝나면 일감이 완전히 없어진다. 반면 STX는 수주잔량이 16척으로 내년 하반기까지 일감이 남아있다.
일단 살리기로 한 STX의 생존과정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STX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9월 기준 76%로 재무건전성이 개선됐고, 가용자금도 지난달 말 기준으로 1475억원을 보유 중이다. 그러나 조선업황이 살아난다고 가정해도 지금의 경쟁구도나 원가구조로는 정상화가 불확실한 상황이다.
따라서 STX는 산업은행의 관리 하에서 고정비 감축 등 고강도 자구계획과 액화천연가스(LNG)·액화석유가스(LPG)선 등 고부가가치 가스선 수주로 사업재편을 추진해야 한다.
기한은 다음달 9일까지다. 산은은 이때까지 컨설팅 수준(인력 감축 40%) 이상의 자구계획과 사업재편 방안에 대한 노사확약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원칙대로 법정관리를 신청할 방침이다.
◆통영·군산에 긴급 유동성 지원
정부는 중소조선사 구조조정에 따른 여파를 줄이기 위해 약 2400억원 규모의 유동성을 긴급 지원키로 했다. 대상 지역은 성동이 위치한 경남 통영과 한국GM이 공장을 폐쇄하겠다고 밝힌 전북 군산이다.
STX에 대해선 일단 정상화를 추진하는 만큰 경남 창원 지역은 이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긴급 유동성 지원, 업체 부담 완화, 직접 당사자 실질 지원 등 1단계 대책을 펴고, 그 후 이른 시간 내에 지역경제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도록 보완산업 육성, 재취업 지원 등 2단계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역 지원대책의 3가지 기본원칙으로는 ▲근로자 등 직접 대상자 중심 ▲대체·보완사업 제시 ▲실속 있고 실질 있는 지원을 제시했다.
김 부총리는 "구조조정은 꼭 필요하지만 어렵고 힘든 과정"이라며 "이러한 과정이 궁극적으로 산업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도록 원칙을 가지고 신속하고 과감하게 구조조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