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오른쪽)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KB금융지주에 이어 신한금융지주가 국내 보험사 인수합병(M&A) 시장에 가세했다. '알짜배기' ING생명이 연내 시장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커지면서 양사가 잇단 예비 실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새 회계기준 도입으로 보험사 자본확충 부담이 커진 가운데 경영 악화로 인해 KDB생명, 현대라이프, MG손보 등도 시장 매물로 거론된다는 점에서 향후 국내 보험업계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지주는 최근 ING생명 인수를 위한 예비 실사에 착수했다. ING생명의 경영지표 등을 구체적으로 살핀다는 방침이다.
현재 신한지주는 지난해 말 기준 자산 30조원 규모의 신한생명을 보유한 상황으로 규모가 엇비슷한 ING생명을 인수할 경우 신한지주 생명보험 부문은 단숨에 업계 상위권으로 도약하게 된다. 강화된 생보 사업 외 은행 수입 등 시너지 창출로 그룹 전체의 이익 상승을 꾀한다는 계획이다.
신한지주는 지난 9일 공시를 통해 "그룹의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M&A 추진을 검토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ING생명 지분 인수와 관련해 확정된 사항은 현재로선 없다"고 말을 아꼈다.
◆ING생명 인수 시 자산규모 60조원
ING생명은 지난해 연말 기준 자산규모 31조4000억원, 당기순이익 3402억원을 기록했다. 보험사 자본적정성을 보여주는 보험금 지급여력(RBC)비율은 455%로 업계 최상위 수준이다.
현재 최대주주는 사모펀드(PEF)운용사인 MBK파트너스로 특수목적법인 라이프투자유한회사를 통해 지분 59.1%를 가지고 있다. 지난 2013년 1조8400억원에 ING생명의 주식 100%를 인수한 MBK파트너스는 이후 지금까지 지분 40.85%를 매각해 1조1000억원 및 배당금 5000억원 이상을 챙긴 것으로 확인된다. 지난 2016년 한 차례 매각을 시도한 바 있으나 중국 측 매매인들이 사드(THAAD) 갈등을 이유로 포기하며 실패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ING생명은 새로운 회계제도(IFRS17) 도입에도 건전성 지표가 훼손될 가능성이 낮다"며 "현재 생보사를 보유한 금융지주사들로선 (ING생명 인수로)시너지를 기대할만 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시장 예상을 훌쩍 뛰어 넘는 높은 인수가가 걸림돌로 꼽힌다. 실제 MBK파트너스는 현재 고(高)배당 정책을 통해 매각가를 높이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MBK가 목표로 하는 매각가는 3조원대로 알려졌다. MBK가 보유한 ING생명 지분 시가(2조4200억원) 외 경영권 프리미엄 등이 감안된 가격이란 설명이다. ING생명의 증시 거래가는 지난 9일 마감 기준 5만100원이다.
신한지주는 실제 최근 연간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시장에 쫓겨 M&A를 하면 효과가 없다"며 "무리한 M&A를 추진하진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잇단 보험사 매물로 업계 지각변동 예상
그러나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비은행 부문 강화를 통한 수익 다변화 전략 의지가 상당히 강한 것으로 평가된다. 조 회장은 지난해 창립 기념식에서 "시장을 예의주시하면서 기회가 왔을 때 M&A를 비롯한 다양한 방안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과감하고 발빠른 사업 포트폴리오 업그레이드'를 강조했다.
이는 앞서 보험사 인수 의사를 타진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역시 마찬가지. 윤 회장은 올해 경영 계획에서 "국내 M&A를 통한 그룹 포트폴리오 완성을 위해 대형 모멘텀 M&A를 지속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실제 올해 KB생명보험 수장으로 지난 2015년 LIG손보(현 KB손보) 인수 이후 통합 등을 총괄했던 허정수 사장을 낙점했다.
윤 회장은 당시 "KB생보가 취약해 보강하려는 계획이 있다"며 "좋은 매물이 나오면 모든 것을 열어놓고 검토하려 한다"고 말했다.
한편 새 보험회계 기준 도입을 앞두고 국내 보험업계의 M&A는 보다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특히 자본 부담이 큰 생보업계의 움직임이 가파르다.
미래에셋생명은 이달 PCA생명 인수를 통해 통합 미래에셋생명으로 새롭게 출범하며 업계 5위로 급상승했다. RBC비율이 150%를 밑도는 KDB생명과 현대라이프, MG손보 등도 대주주의 자구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지만 추가 증자가 제때 이루어지지 못해 매각설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롯데손보는 이와 별개로 호텔롯데의 기업공개(IPO) 추진으로 인해 매각설이 제기되고 있다. 현행법상 제조업체 등 산업자본 지주사는 금융사 지분을 보유할 수 없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자본 여력이 없는 중소형사의 경우 시장에 매물로 나온다고 해도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보험사 매물이 등장할 경우 업계 판도변화가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