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청와대발(發) 개헌안 초안이 공식 발표되면서 정치권에서의 개헌 논의에 재차 불이 붙는 모습이다.
특히 오는 21일 정부 개헌안이 발의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여야가 극적인 합의를 통한 국회 개헌안이 도출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우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부 개헌안 초안이 국회 개헌 논의 의제 수준에 부합하는 내용을 담은 만큼 이를 토대로 여야가 국회 개헌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 개헌안 발의에 앞서 국회 개헌안이 마련되면 이 개헌안으로 6·13 지방선거에서 동시 개헌 국민 투표를 진행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야당의 '무조건적인 반대'를 강력히 지적하며, 여야가 함께 개헌안 마련에 속도를 내야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추미애 대표는 1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 개헌시계는 재깍재깍 가고 있는데 국회의 개헌시계는 멈춰 서 있다"면서 "개헌과 동시투표는 지난 대선 모든 후보, 각 정당의 국민에 대한 공통 약속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껏 국민과의 약속은 안중에도 없이 개헌시기를 놓고 발목을 잡더니, 이제는 대통령이 먼저 개헌안을 발의한다고 트집을 잡고 있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개헌안 발의를 준비하는 것을 문제 삼기 전에 과연 국회가 개헌안 마련에 얼마나 열심이었는지 반성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마지막 순간까지 '국회의 개헌안'을 존중할 것이니 국회가 안을 내고 앞장서 달라고 주문했다"며 "야당이 각자의 안을 내놓고 집중적인 논의를 전개해 나간다면, 국회 안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야당을 압박했다.
하지만 야당은 이러한 정부·여당의 요구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6·13 지방선거시 동시 개헌 국민투표는 시기상으로 적절치 않고, 발표된 정부 개헌안에 대해서도 '관제개헌'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가뜩이나 제왕적 대통령제가 문제인데 권력을 앞세워 4년 연임제를 밀어붙이는 정치적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혹시라도 개헌 논의 무산의 모든 책임을 야당에 전가하려는 의도된 계획이라면 일찌감치 그만두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이 개헌을 진정으로 독촉하는 입장이라면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을 내려놓는 결단을 우선 해주길 바란다"며 "대통령이 국민에게 억지를 부리는 모습은 결코 좋지 않다"고 강조했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공동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직접 개헌안을 국회에 던지는 행위 자체가 바로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발상에서 나온 독선과 오만"이라며 "대통령의 오만과 독선을 보며 문재인 정부의 장래도 정말 밝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상황이 이러하자 정치권에서는 정부 개헌안의 국회 의결은 물론이고, 국회 개헌안 마련도 어려워 사실상 개헌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게다가 개헌의 시기에서도 여야가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권력구조 등 내용을 두고도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정부 개헌안 초안이 발표됨으로써 개헌 논의가 무산될 경우 야당이 명분에서 뒤쳐지게 돼 반대 입장만을 고수할 수 없을 것이라는게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