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의 전격 사퇴 후폭풍이 거세다.
최 전 원장이 사퇴 의사를 밝힌 다음날 금감원 특별검사단이 하나은행 채용비리에 대해 검사를 시작됐고,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감독당국의 권위가 무너졌다며 각을 세웠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을 결정지을 주주총회가 오는 23일 예정된 가운데 하나금융 뿐만 아니라 금융권에도 적지 않은 영향이 예상된다.
청와대는 14일 문재인 대통령이 전일 저녁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진 최 전 원장의 사표를 수리했다고 밝혔다. 최 전 원장에 대해 채용비리 의혹이 제기된 지 닷새 만이다.
사실 최 원장이 채용비리 의혹으로 몰릴 때만 해도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하나금융과 금감원의 대립에서 하나금융이 승기를 잡은 것처럼 비춰졌다.
그러나 사실 규명과 관계없이 최 전 원장이 사퇴하면서 관련 의혹은 역풍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당초 최 전 원장보다 먼저 하나금융 지배구조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던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하나금융이나 하나은행)경영진들은 제보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봐야 하지 않겠는가"라며 "검사의 인력과 기간에 제한을 두지 않고 최대한 확실히 조사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그는 "금감원의 권위를 바로 세우는 계기가 되도록 할 것"이라며 이번 사태가 감독당국의 권위와도 관련된 것임을 내비쳤다.
금감원 내부에서도 하나금융이 금감원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회장 선임 절차를 진행하는 등 채용비리 조사과정에서도 권위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불만이 터져나오는 상황이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실제 올 초 하나은행 채용비리 조사를 나갔을 당시 관련 데이터를 모두 삭제한 것도 모자라 담당 임원이 검사 현장에 와서 자료를 왜 내줬냐며 은행 직원들에게 호통을 친 적이 있다. 명백히 권위를 무시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하나금융이 채용비리를 바로잡아야 할 당국에 반격 카드로 썼다면 이를 가만두면 안 된다"며 "발본색원 그 이상의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특별검사단의 검사는 그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초강도로 진행된다. 구성 인원이 사상 최대인 데다 검사대상이나 기간도 사실상 무기한으로 해석된다.
특히 하나은행이 채용비리에 대한 검찰의 조사가 진행되면서 관련 데이터에 대한 접근이나 대비를 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올 초 검사보다 적발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권에서는 다시 김승유 전 회장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나금융은 금감원장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해 정보유출 등에 대해 적극 부인했고, 실제 그에 따른 이득도 전혀 없었다.
김 회장은 감독당국과 마찰을 겪을 당시에도 "전직 임원들이 음해성 소문을 낸다고 들었다. 안타깝다"고 말한 바 있다. 금융권에서는 김승유 전 회장을 비롯한 전직 임원들이 연임을 저지하기 위해 흔들고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금감원장이 현 정부에 대한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물러난 만큼 향후 금감원 검사 결과에 금융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