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와 한국GM 노사간 갈등이 깊어지면서 노조의 역할이 회사의 사운(社運)을 결정할 최대 변수로 부상했다. 금호타이어와 한국GM 사태를 둘러싸고 전문가들은 서로간의 이익만을 주장하기 보다는 충분한 대화를 통한 합의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김종호 금호타이어 회장은 채권단과 갈등 중인 노조의 고공농성장을 찾아 농성 중인 조삼수 대표지회장과 정송강 곡성지회장을 만났다. 김 회장은 현재 회사가 처한 현실을 설명하고 대화를 통해 함께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또 지난 주말 채권단과 중국 더블스타 차이용선 회장 등을 만나 확인한 사실과 내용을 노조에 전달했다.
또한 금호타이어 사내외 협력업체들도 법정관리는 '공멸의 길'이라며 조속한 경영정상화 방안 마련을 통해 상생의 길을 찾자고 호소하고 있다. 그동안 금호타이어 문제를 지켜만 보아온 협력업체 대표들은 노조의 계속된 농성과 강경투쟁으로 '법정관리(워크아웃)'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연쇄부도를 우려해 생존권 확보 차원에서 이날 단체 행동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금호타이어 노조는 여전히 강경 투쟁을 예고하는 등 입장 변화없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지난 14일 해외 매각 결사 반대를 외치며 철탑농성과 함께 총파업에 돌입했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더블스타로 매각되느니 법정관리(워크아웃)를 택하겠다는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더블스타와 협상이 대안이라는 발표는, 채권단의 손실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해외매각을 반드시 막을 것"이라며 "해외매각으로 우려되는 제2의 GM, 쌍용차 사태가 생기지 않도록 전면적인 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결국 금호타이어 사측은 법정관리 위기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광주공장과 곡성공장에서 15일과 16일 이틀 간 '사원 및 가족 대상 설명회'를 진행한다.
금호타이어 협력업체와 수급사들은 15일 "정부와 채권단, 노조와 회사는 조속한 협상 타결로 회사의 신속한 경영정상화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모든 방법을 강구해달라"고 밝혔다/금호타이어 제공
한국GM도 노조가 강경기조를 고수하고 있어 상황은 비슷하다. 완성차업체 중 가장 먼저 지난달 초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 교섭에 돌입했지만 한 달 넘게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지난 7일 실시한 2018년도 임단협 4차는 별다른 성과없이 끝났다. 사측은 임단협 4차 교섭에서 ▲임금 동결 ▲성과급·격려금 지급 불가 ▲각종 복리후생비 축소 ▲정기승급 시행 유보 ▲탄력적 근로시간제 실시 등을 골자로 하는 교섭안을 제시했다.
특히 한국GM 노조가 강경 기조를 굽히지 않아 사실상 3월 내 노사합의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지고 있으며 회상 가능성도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GM 노조는 15일 인천 부평구 부평공장에서 제84차 임시대의원대회를 개최해 올해 임단협 교섭안을 확정하고 회사 측에 전달할 예정이다. 임금 동결, 복리후생비 감축 등을 내용으로 한 회사 교섭안과 달리 금속노조의 기본급 5.3% 인상 권고안을 토대로 만들어진 노조 교섭안은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길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가 임금 인상을 요구할 경우 임금을 둘러싼 노사 간 격돌은 불보듯 뻔한 상황이다. 사측은 이미 노조에 기본급 동결, 올해 성과급과 일시금 지급 불가 등의 비용 절감 내용을 담은 교섭안을 전달한 상태다.
GM 본사는 재투자와 신차배정의 전제조건으로 노조 측에 양보와 인건비 절감을 요구하며 정부와 노조를 압박하고 있다. 노조가 기본급 인상을 요구하면 노사 간 이견 대립은 장기화 될 전망이다. 노조가 기본급 인상폭을 최소화하거나 인상 요구를 철회할 수도 있지만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노사 갈등이 지속될수록 회사의 부담 증가와 경쟁력까지 떨어지게 된다"며 "노사가 힘을 합쳐 법정관리의 위기를 탈출하고 정상화를 위한 실질적인 노력과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해결책"이라고 말했다.